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벌써 10일이나 훌쩍 지나가고 있다. 매년 맞는 5월이지만 올해는 유독 가슴앓이가 깊다.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다시 한번 '486세대' 가장의 처지를 되짚어 본다. 어느 세대이건, 5월에 대한 의미는 다른 달과 달리 남다르다. 우리의 부모님들께서는 대우받는다는 기대감 보다 자식에 대한 걱정이 앞서신다. 어린 자식들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새도 없이 선물에 대한 부푼 설렘이 가득하다. 평생 자식에 대한 희생으로 살아온 부모님 세대는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머리가 희끗 희끗 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자식이 안쓰럽다.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대전외곽에 있는 음식점으로 나들이 겸 외식을 다녀왔다. 아침에 손자가 달아드린 카네이션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꽃값이 비싸다는데, 그냥 조화(造花)로 하지 생화(生花)를 했느냐”고 말씀하신다. 외식비를 갖고도 걱정이 앞서신다. “한 끼 때우는 것인데, 아무거나 싼 것으로 먹으면 되지, 비싼 것을 주문했다”고 핀잔 아닌 핀잔이시다. 어버이날이라고 “너무 돈을 쓰는 게 아니냐”며 못내 부담스러워 하신다. 그동안 자식들을 위한 살아오신 것에 비하면 만분의 1도 되지 않는데 말이다. 해드리는 데로 그냥 받으시면 자식의 마음이 좀 더 편할텐데...사실 어버이날은 자식의 입장에서도 그리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생각하면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해드리고 싶지만 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다.‘사오정 세대’로 직장에 대한 불안감에 억눌려 어버이날이 때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어버이날 하루만이라도 좀 무리해서 부모님께 무엇이든지 해드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야 스스로 마음이 좀 편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자식으로서의 이기주의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린이날과 스승의 날을 맞는 심정은 또 어떠한가. 자식들도 비교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지만, 부모의 입장에도 다른 부모와 비교 당하지나 않을까 눈치를 보게 된다. 아들 친구들의 엄마 아빠는 어떻게 놀아주고, 무엇을 선물하는지 은근히 물어봤다. 꼭 어린이날에 선물주고 놀아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라는 의구심도 들지만, 어쩔 수 없는 의무감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올해 어린이날은 그럭저럭한 체면치레로 무사히 치렀다. 주말에는 스승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부담감이 덜해졌지만, 그래도 신경은 쓰인다. 혹시나 기죽이지 않을까라는 노파심 때문에...스승의 날만 잘 넘기면 되나. “아이쿠! 21일부터 이어지는 3일간의 황금연휴가 남아 있네”. 마지막 봉사처인 아내가 있는데, 어디로 놀러가서 어떻게 즐겁게 해주어야 가정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머리가 무겁다. 그래도 결혼기념일이나 가족의 생일이 5월에 없어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자. 이래저래 ‘낀세대’ 가장들에게는 잔인한 5월이다. 우 관섭(전 대전일보 기자, 배재대학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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