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유영은 장창의 깃발을 떼고 몸을 날려 말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말을 몰고 교련장 중앙에 자리 잡더니 창을 세 번 돌리고 나서 마난의 활과 화살을 빌려 계속 6개의 화살을 쏘아 표적을 모두 맞추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든 강병들의 박수소리가 교련장을 떠나갈 듯 울렸다. 유영이 묘기를 마치자 뒤를 이어 백근과 요전이 나와서 각기 재주를 선보였다. 모든 강병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교련장이 이와 같이 후끈 달아오르자 유연도 좌시할 수 없어 가만히 일어나 말하기를

“세분 대인께서 거두어 주신 은혜에 보답코자 하오니 나에게 석궁을 빌려주십시오. 작은 재주나마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연의 말에 마난이 당장 석궁 여럿을 가져와 그 중 한 개를 유연의 손에 쥐어 주었다. 유연은 이를 받아 한번 당기자 가운데가 툭~ 부러졌다. 다시 다른 석궁을 골라 당기었으나 마찬가지로 부러졌다. 연이어 2개의 석궁이 유연의 장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원탁과 단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놀라워했다. 마난이 멋쩍어하며 강궁 하나를 잘 골라 유연에게 건네주었다. 유연은 활과 살을 받아들고 말 위에 올랐다. 그런데 유연은 표적을 등지고 말을 달리더니 표적지를 두고 100보쯤 거리에서 2번 시위소리에 2개의 화살을 날려 다 명중시켰다. 교련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박수와 갈채를 보냈다.
“야~ 야~ 야~!”

한동안 교련장이 떠나갈 듯 진동하였다.
이때 마초의 칼을 가지고 군사가 돌아왔다. 만년은 대도를 받아 들자 단상을 향하여 절하고 몸을 솟구쳐 말위에 올라탔다. 준총은 만년을 태우고 크게 한번 울부짖더니 질풍처럼 내달렸다. 그 맹렬함이 호랑이 같았고 번개 같아서 발굽소리가 공중에서 나는 듯하였다. 한바탕 준총과 놀음을 즐기던 만년이 이내 장대 앞에 이르러 60근 대도를 휘둘렀다.

번득이는 칼날이 햇빛을 끊어내어 무지개를 만들고 9척 장신을 칼 무리 속에 감추고 춤을 추니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하였다. 동서남북 상하로 60근 대도를 막대기 다루듯이 휘두르는 만년의 몸은 조금의 허실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신기에 가까운 만년은 묘기를 모두 다 마치고 어느새 단상 앞에 이르자 가볍게 말에서 내려 대도를 말안장에 걸고 상석을 향하여 절하며 웅장한 음성으로

“보잘 것 없는 소장의 도법을 허물치 마십시오.”

이에 원탁이 손뼉을 치면서 대답하기를

“장군의 도법이 실로 절묘하여 따를 자가 없을 것이오. 참으로 놀랍소. 중원도법의 진수를 보여 준 것 같소. 이제는 장군의 신궁솜씨를 볼 수 있게 해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무인에게 활을 쏘는 것은 당연한 법도인데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혹시 대왕의 장중에 강궁 경노가 있다면 잠시 소장에게 빌려 주십시오.”

원탁은 곧 수하에게 명하여 가장 장력이 센 활과 화살을 무고에서 찾아오게 하였다. 그러나 가져온 활마다 만년에게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여러 번 활을 가져왔으나 가져온 활마다 부러져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원탁은 창피한 생각이 들어 무고 편장을 불러 버럭 화를 내기를

“네놈이 어찌 강궁을 보내지 아니하고 이런 잡동사니를 보냈느냐? 우리 무고에는 전장군이 사용할만한 강궁이 없단 말이냐?”

편장이 크게 당혹해 하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변명하기를

“우리 무고에는 더 이상 강한 활은 없습니다. 전장군의 팔에 신력이 붙어서 그렇습니다. 변명 같사오나 더 이상 강한 강궁은 없습니다.”

이와 같은 갈등을 바라보고 있던 마난이 가만히 입을 열어 말하기를

“활을 나무랄 일도 편장을 나무랄 일도 아닙니다. 제게 철태궁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 좌부 흉노주가 제 종조부 진서장군 마초에게 보낸 것인데 종조부께서 돌아가신 후로 이 활을 쓸 사람이 없어서 그냥 군중에 두어 위세만 보이고 있습니다. 북강지 사람들은 이 활만 보고도 두려워했는데 이 활로써 전장군을 시험해 보시도록 하십시오. 만약 이 활을 당길 수만 있다면 전장군의 활 쏘는 법을 보지 아니해도 대장 감임을 아실 것입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