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웅 배재대 산학협력단 LINC+사업팀장

 
윤석웅 배재대 산학협력단 LINC+사업팀장

지인들과 횟집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통통한 회 한 점에 알싸한 고추냉이를 톡 올려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추냉이(와사비·わさび)가 일본에서 수입된다는 말을 들었다. 요즘 같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때 어찌 수입되는 식품을 먹을 수 있을까 싶었다.

고추냉이 국산화의 답은 배재대가 갖고 있었다. 배재대 원예산림학과 학생들은 이용하 교수의 도움을 받아 와사비 조직배양묘의 대량 증식 및 수경재배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아이디어는 순수하게 학생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전공에서 배운 조직배양묘와 수경 재배 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횟감에 알싸함을 더하는 고추냉이는 재배방법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깨끗한 물을 좋아하고 온도도 맞춰줘야 한다. 이 여러해살이 뿌리식물의 생산량이 일정하지 못한 이유다. 마치 아이들 분유 타주듯 세심함이 필요하다. 잎을 요리에 쓰긴 하지만 뿌리를 자르면 생명력을 잃는다. 학생들은 대량 증식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강원도 철원 샘통농원에서 받아온 고추냉이를 온실에서 생육하고 생장점 배양에 활용했다. 초기 배양 성공 후 대량 증식을 위한 외부환경 순화처리도 거치면서 담금질을 했다.

이후엔 수경재배 시스템을 도입한 생산 체계 확립이 과제가 됐다. 수직배관을 만들어 요구 산소량과 물 공급량을 높이자는 아이디어가 개진됐다. 곧바로 실행에 옮기면서 냉각 쿨러를 활용해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하자는 뜻을 모았다. 때때로 일광욕을 시켜주려는 광교체 시스템, 물갈이를 위한 배수장치 개발,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학기 중, 방학까지 이어진 연구는 점차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굵은 땀방울은 결실로 굳어졌다. 당초 고추냉이 초기배양부터 재배용 묘로 성장하기까지는 1년 하고도 1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학생들의 연구와 교수의 지도로 약 4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생육기간 단축은 연간 생산량을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농가 수익 증대는 당연지사다.

학생들이 농촌을 걱정하면서 연구에 돌입했다는 점이 기특하다. 도시로 향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면서 농촌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대농·소농 간 경제적 격차는 더욱 커지고 몇몇 농촌 거주자들은 특용작물로 불황 타개를 고민하고 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중이었다.

학생들은 소망한다. 이 연구로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회적 문제인 농촌 공동화 현상을 특용작물과 재배기법 개발로 해소한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연구는 지난 5일 2019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캡스톤디자인 페어에 출품돼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상표등록도 마쳐 학생들도 사회문제 해결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심었다. 무엇보다 국산화된 고추냉이로 회를 즐길 기회를 준 학생들에게 고맙다. 오늘도 단골횟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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