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통해 추억과 기억 형상화
서정성·감성 짙은 섬세한 묘사

 
 

가장 먼 거리에서 아름다운 이가 있다
텅 빈 공간에서도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사는 날까지 소리쳐도
대답 없지만,
눈감으면 다가서는 사람 있다

별2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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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어난 곳, 새가 날아간 빈자리에 감정을 촉촉하게 적시는 시가 덩그러니 남았다. 시에는 그 어떤 외로움도 쓸쓸함도 결코 가볍게 담겨 있지 않다.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생각들은 고스란히 자연의 모습과 맞물려 그려지고 있다. 김완하 시인이 펴낸 ‘꽃과 상징’(도서출판 시선사)이 그러하다.

그의 시는 별과 꽃처럼 서정성 짙은 존재들과 마주하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구체화한다. 까만 밤하늘을 수놓는 별을 바라보며 떠올린 그의 생각을 섬세한 감정표현과 함께 툭 던진다.

그렇게 건네진 무수히 많은 생각과 감정은 이상하리만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며 그리움을 선사한다. 바다와 섬 등의 자연을 통해 어머니를, 아버지를, 사랑했던 이를 회상하게 한다. 그 속에서 독자들은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를 연결해 낸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감정이 존재하기에 인간은 누구나 내면의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고통을 깨고 일어설 때 비로소 과거를 추억하며 성장하게 된다. 자연의 모습에 반추한 그의 기억은 산산이 흩어지지 않고 시의 끝에서 하나의 의미로 모여 과거를 회상하고 감정을 깨우치고 추스린다.

시집 ‘꽃과 상징’은 4부로 구성돼 모두 61편의 시와 1편의 산문을 담고 있다.

지난 1987년 월간 ‘문학사상’에서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한 김 시인은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및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네가 밟고 가는 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절정’, ‘집 우물’, 시선집 ‘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 ‘신동엽의 시와 삶’ 등을 펴냈으며 2017년 ‘시와정신국제화센터’를 열고 ‘버클리 문학’을 창간했다. 김 시인은 현재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사회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주임교수, 한남문인회장, 시와정신국제화센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집은 그간의 내 시를 선별한 것이다. 지난 시기에 쓰인 시들을 다시 읽으며 많은 변화와 다양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내가 걸어온 삶의 족적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며 “등단 시의 ‘신서정’이라는 평가와 아울러 나의 삶을 배경으로 하는 고향과 자연 그리고 주변의 삶과 사물에 대한 정감을 노래했고 외국 여행과 외국에서의 삶의 체험으로 시·공간이 확장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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