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 '부러움' 한몸에 전국 족보 80% 제작되는 인쇄특화거리

유물 3만여점 전시된 한밭교육박물관 대전서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로 유명

대전 동구 삼성동은 삼성로와 동서로가 교차하고 경부선 철도가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잘 갖춰진 도시기반 위에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혼합돼 있고 교육기관이 밀집된 곳이다.

삼성1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완료와 향후 삼성 1·2·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추진 등 역세권 개발과 연계해 재개발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많은 변화와 발전이 기대되는 동네이다.

삼성동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쪽으로는 만인산에서 발원해 흘러내리는 대전천과 식장산에서 발원해 흐르는 대동천이 삼성동에서 합류돼 옛부터 수원이 풍부하고 토양이 비옥해 농경문화가 발달한 지역이었다.

현재 계룡공고 주변(옛지명 솔랑산)에서 백제시대의 토기가 발견된 사실이 있어 백제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살기 좋고 정 많은 마을
삼성동이 살기 좋은 마을, 정이 있는 마을로 새롭게 변하고 있어 인근 지역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동 주민들은 지난 2008년부터 ‘건강한 장수마을 웰빙 현암골 만들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 공모’에 선정되는 등 정과 행복이 가득한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동 주민들은 사업 선정으로 받은 포상금을 지역민들의 복지를 위해 주민센터에 헬스기구 구입 설치, 웰빙현암골자전거 50대를 보급했고 지역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한 무료 빨래방 은빛사랑나눔세탁실(현 한사랑 빨래방)을 개소했다.

삼성동 393-5번지에 위치한 한사랑 빨래방은 매주 화요일 관내 독거노인 및 저소득층 노인세대를 대상으로 빨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쇄특화거리
삼성동, 중동, 정동에 걸쳐 있는 인쇄거리는 대전지역 전제의 70%, 동구 전체의 93.8%인 450여 개의 인쇄관련 업소가 밀집돼 있다.

인쇄를 비롯해 제본, 사무용 인쇄, 옵셋, 상업용 스티커 제작, 광고 스크린 인쇄 등 돈을 제외한 모든 인쇄가 가능하며, 족보인쇄는 전국에서 발간되는 족보의 70~80%가 이곳에서 제작될 정도로 잘 발달됐다.

◆역사의 현장, 한밭교육박물관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요란한 도심 한 가운데 우리의 과거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곳이 있다.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교과서 속에만 존재했던 그때 그 시절이 생생히 눈앞에 펼쳐진다.

붉은 벽돌의 오래된 건물, 일제강점기인 1938년에 지어졌다는 한밭교육박물관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로 유명하다. 과거 일본군이 주둔했고,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과 유엔군이 번갈아 주둔했던 곳으로 현관 왼쪽 벽엔 총탄 흔적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 당시 우리 민족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52년 동안 삼성초등학교로 사용되다 1992년 7월 개관한 한밭교육박물관은 9개의 전시실과 기타 전시장, 야외전시장 등에 옛날 교과서를 비롯한 교육 관련 도서와 학습기록, 사무용품 등 교육 관련 유물 3만여 점이 전시돼 학생들의 학습장으로 운영되는 교육전문 박물관이다.

한밭교육박물관은 여타 박물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기가 죽는 크고 그럴싸한 건물이 아닌 실제 학교로 사용됐던 건물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푸근한 느낌이 든다.

제1전시실에는 옛날 서당교육의 모습에서부터 구한 말 신식교육이 들어오기까지의 생생한 모습과 많은 자료가 시대·영역별로 전시돼 있다. 2전시실엔 일제 식민지 시절의 여러 가지 아픈 과거인 창씨개명서장, 황국신민서사석 등 황민화 교육의 모습들이 전시됐고, 3전시실엔 해방과 더불어 시작된 교수요목기부터 7차 교육과정기까지의 우리나라 교육이 발달해 온 모습이 각종 교과서 및 교구 자료와 함께 전시돼 있다.

한밭교육박물관 내부.
4전시실은 조선시대 교육기관 모습이 모형촌으로 그 시대의 사회풍습과 더불어 자세히 꾸며져 있으며, 5전시실엔 옛날의 사랑방을 중심으로 한 선비들의 생활모습과 각종 민속자료들이 갖춰져 있고, 6전시실에는 안방에서의 여인들 생활모습이 자세히 꾸며져 있다.

7전시실엔 부엌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용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8전시실엔 왕이 조정의 신하들과 국사를 논의하던 어전회의 모습과 옛날 저잣거리 모습이 꾸며져 있다. 야외 전시장엔 각종 교육흔적으로 교문지주를 비롯한 12간지 동물석상, 각종 도정기구, 탑, 해시계, 물시계 등이 곳곳에 마련돼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맛으로 승부하다
#.명랑식당

명랑식당 육개장
사골육수에 고기 반, 대파 반, 이 맛이 감칠맛이다. 소 사골과 잡뼈로 밤새 우려낸 국물이 육수의 기본. 거기에 주방장 손맛의 비결이 숨어 있는 양념을 풀어 넣으면 뽀얀 육수는 변신을 시작한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그 외 몇 가지 양념이 들어간 육수에 결대로 찢어내듯 숭숭 썰어낸 대파를 듬뿍 넣고, 기름을 쫙 뺀 삶은 양지머리를 잘게 찢어 듬뿍 넣어 끓이면 그만.

뚝배기 가득 손 크게 떠내면 고기 반, 대파 반,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육개장 한 그릇이 말아진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육개장을 한술 떠서 입에 넣으면 진하게 우려 낸 사골국물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에, 대파가 들어가 국물이 시원한 맛이 맵지 않은 고추양념의 감칠맛과 함께 입안을 감싼다.

삼성초 뒷골목 허름한 집을 사들여 식당 영업을 하고 있는 명랑식당은 신기하게도 찾기도 어려운 곳에서 장사를 하는데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알고 찾아오고 있다.

#.오씨칼국수

오씨칼국수
잘되는 집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이집에서 쓰는 동죽은 대천에서 목포까지, 서해바다 갯벌에서 막 잡아 올린 싱싱한 동죽을 사용한다. 대천에서 목포까지 수집 권역이 엄청난 것은 이집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양을 한 지역에선 감당하지 못해서 몇 군데 거래처를 두고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당으로 들어가면 손님상 올리고 내리느라 분잡한 주방 통로에 넉넉히 자리를 잡고 칼국수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일 많은 양의 칼국수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인지 쉴 틈 없이 밀가루반죽을 밀대로 밀고, 썰어내는 솜씨가 생활의 달인 수준이다.

동죽을 듬뿍 넣어 끓인 시원한 육수에 군침 도는 칼국수를 끓여 손님상에 내어놓는 오씨칼국수. 국물의 시원함은 말할 것도 없고 동죽의 싱싱한 향내가 코끝을 스쳐 미각을 더욱 자극 시킨다.

칼국수를 떠먹기 힘들 정도로 푸짐하게 얹혀 진 동죽 조갯살을 발라먹다 보면 한 김 가신 칼국수를 먹기가 일쑤. 다 불어 맛이 없겠다 싶지만 천만의 말씀. 국물이 어느 정도 식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면발이 오씨칼국수의 자랑이다.

도창주 기자 dcjlov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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