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박한 존재와 교감하고 / 세밀한 묘사에 입힌 감정선

 
 

눈 뜨면 무언가를 쉴 새 없이 해야 하는
거리 위를 무심히 가는 구름뿐이라
물러날 곳 없는 민들레처럼 비에 젖어
골목을 서성이며
봉우리 올릴 민들레를 기다리다
잠기듯 꿈꾸고 그린다

기다림 中

 

 

 

 

가장 낮은 곳에 피어있는 작은 것들은 존재 자체로도 잔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황성주 시인은 그러한 소박하면서도 순수함이 엿보이는 모습들 하나하나에 같은 듯 다른 애정어린 표현을 차곡차곡 담아 시집 ‘칼날 위에 핀 꽃’(도서출판 시와 정신사)을 펴냈다.

시집에서 황 시인의 시선은 번잡하고 화려한 곳보다는 소박하고 조용한 곳에 주로 머물러 있다. 조용한 곳에 피어난 민들레를 세밀하고 따뜻한 태도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 속에서 작품 세계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는 무심코 지나칠 법한 것들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세계와 교감을 한다.

황 시인은 주변의 상황과 풍경을 섬세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주변 인물들을 대입시킨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의 생각과 삶을 중첩시켜 놓는다. 여기서도 가족이나 사물에 대한 깊고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그의 모든 시가 따스함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대비되는 상황을 연결해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이 지닌 삶의 무게와 힘겨움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는 그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까지 지내온 상황을 가감없이 드러낸 후 적막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덧입혀 그가 느꼈던 씁쓸함과 외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노년에 상황에 놓인 자신의 내면세계를 사실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한 현실 모습만 그려낸 것이 아닌 솔직하고 깊은 감정 표현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는 문제점들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시집 ‘칼날 위에 핀 꽃’은 모두 5부로 구성돼 모두 59편의 시를 담고 있다. 지난 1947년 충북 오송에서 태어난 황 시인은 2007년 ‘문예춘추’로 등단해 시집 ‘기나긴 우수의 계절’을 펴냈다.

그는 “거칠고 예민하게 밀려오는 삶의 깊이를 보려 애썼지만, 부족함은 고스란히 남아 유연한 길 하나 변변히 찾을 수 없었다”며 “두 번째 시집에 해설문을 장식해준 김완하 교수의 명문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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