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시대' 도참사상과 현재

도참사상은 풍수지리와 융합돼 당시의 역사적 과정과 결합한 보편적 정서인 시대정신(時代精神)이 잘 반영됐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실제로 이행됨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게 조선 중기에 이르러 민중들에 의한 계룡산천도설(鷄龍山遷都說)이다. 이씨 조선의 도읍(都邑)인 한양의 시대가 지난 후, 충남 공주의 계룡은 백성이 주인인 시대의 도읍이 되어 800년 간 지속될 것으로 예언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왕조의 시대가 가고 백성이 주인인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원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이며, 특히 대전과 세종, 충청인들이 가져야할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토록 갈망하던 왕이 주인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시대, 진정으로 백성이 주인인 시대를 만드는 것이 현재 우리들이 사명인 것이다. 흔히 사리를 분별할 수 없는 어린아이를 ‘철부지’라 한다. 원래 철은 계절을 뜻하는 말과 알지 못한다는 부지(不知)의 합성어이다. 지금 우리는 철부지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농부가 봄에 씨앗을 열심히 뿌려야 가을에 수확을 잘 할 수 있다. 계절을 모르고 늦가을이나 겨울에 씨를 뿌려서는 아니 뿌리는 것보다 못함과 같다. 그러한 연유로 계룡산 시대를 맞이한 우리는 지금의 계절을 이해해야 한다. 동양의 전통적 유교국가에서는 새로운 왕조의 시작이나 도읍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종묘와 사직(社稷)을 봉안할 장소를 정하고 왕을 보필할 문인(文人)과 무인(武人)인 문무백관과 행정관서(6조 등)가 움직인 후 마지막으로 최고 권력기관이 자리를 잡게 된다.

풍수도참사상의 계룡산천도설인 도읍과 새로운 시대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을까? 가장 중요시되는 종묘와 사직은 오늘날 국립현충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음 단계인 문무백관은 학자와 무사들이다. 또 6조는 행정기관을 뜻한다. 이를 다시설명하면 종묘와 사직에 해당하는 국립현충원이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이어 대전 갑동에 위치하며, 문인을 대표하는 학자들은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에 많은 석학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무인인 무사들을 대표하는 육군, 해군, 공군 등 최고 책임자인 3군 참모총장들이 계룡시 3군본부에 위치하고 있다. 아울러 6조에 해당하는 행정기관들은 세종시의 정부청사와 대전시의 정부3청사가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도읍인 수도의 마지막 단계인 최고 기관의 이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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