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

 

아름다운 위반

이대흠

기사 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챀에도
내가 모셔다드렸는디
 

▣ 무릎이 아파 저쪽으로 쫌만 돌아가자는 할머니 말에 버스 기사는 사뭇 불퉁거립니다. 당연하지요. 버스는 정해진 노선에 따라 운행되어야 합니다. 개인 사정을 봐 주느라 다른 길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럴라면 택시를 타지 왜 버스를 탑니까? 버스 기사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할머니도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습니다. 전에 어떤 기사에게 사정하니까 들어주어서 다시 한번 사정해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을까요? 버스 기사가 할머니 요구대로 돌아서 갔을까요? 그렇습니다. 아마도 그랬을 거예요. 뭘 보아 아느냐구요? 이 시의 제목입니다. 버스 기사는 무릎 아픈 할머니를 위해 버스 정규 노선에서 쪼끔 벗어난 ‘아름다운 위반’을 한 겁니다.

이런 속정 깊은 기사들이 있어서 그나마 시골 노인네들이 병원에도 다니고 읍내 장에라도 나다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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