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안내서] 가을빛 물든 호수, 대청호의 선물 (두메마을길&추동습지)
  • 조길상 기자
  • 승인 2019.10.16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정생태공원엔 코스모스가 길손들을 반기고 있었다.

 #1. 자연의 선물  

자연의 변화는 신비하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한낮이면 아직 더위가 남아 있는 기분이 들었는데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이후 쌀쌀함으로 무장한 녀석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자신들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간절기면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손수 몸으로 알려주는 친구들은 이미 주사 한방씩을 맞았을 만큼 아침, 저녁으로 그 변화의 폭이 상상 이상으로 변화무쌍하다. 한낮의 햇살은 아직 따사롭지만 몸을 휘감는 바람에는 차가움이 한껏 묻어있다. 그래도 사계절 중 가을 경치는 단연 으뜸이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노랗게 물든 낙엽, 울긋불긋한 단풍과 은빛의 갈대와 억새 등 가을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낭만에 젖게 만든다. 또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드는 계절이다. 얼마나 좋으면 가을을 형용하는 말들로 천고마비나 정안홍엽(征雁紅葉·기러기 날아들고 단풍이 물든다), 국오수벽(菊傲水碧·국화가 뽐내고 물이 비취처럼 푸르다) 등을 썼을까. 집에만 있을 수 없는 이 좋은 날, 대청호를 찾았다.

1구간 로하스캠핑장에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망쉼터가 나온다.
1구간 로하스캠핑장에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망쉼터가 나온다.

 #2. 섬들의 향연 

대청호오백리길로 향하는 길, 문득 떠오른 장면이 고즈넉한 나무 한 그루와 그 밑에 놓인 벤치다. 말해 무엇 하랴. 1구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보통 1구간은 대청호물문화관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그 장소를 찾기 위해 로하스캠핑장을 먼저 찾았다. 캠핑장에서 1구간을 거꾸로 올라가면 더 빨리 그 곳에 도달할 수 있는 까닭이다. 양 옆으로 난 나무들 사이로 길을 따라 가면 흔히 ‘조망쉼터’라 불리는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이름에 조망(眺望·먼 곳을 바라봄)이 들어갈 만큼 이 곳에서 바라본 대청호의 경치는 장관이다. 더욱이 최근 물이 한껏 차오른 탓에 마치 바닷가에 온 듯한 기분까지도 느껴진다. 차오르다 못해 볼록 솟아오른 듯한 대청호 뒤로 솟은 산들은 바다 위 듬성듬성 자리 잡은 섬처럼 느껴진다. 가만히 서서 일렁이는 대청호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산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 진다. ‘가을아침’의 ‘파란 하늘 바라보며 커다란 숨을 쉬니 드높은 하늘처럼 내 마음 편해지네’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삼정생태공원에는 대청호와 어우러진 억새와 갈대밭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촌마을 수변 찻집에서 바라본 대청호

 #3. 바람과 억새, 가을의 노래  

걸으면 서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가슴 안에 가을의 여유가 가득 담겨 다른 때와 다르게 발걸음이 가볍다. 이어 찾은 이촌생태습지. 잠시 목을 축일 겸해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나와 억새와 갈대, 꽃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거닌다. 바쁜 일상에선 느낄 수 없는 한가로움과 도심에선 알기 힘든 자연의 편안함이 허기진 마음을 가득 메운다. 이촌생태습지에서 이어 강촌생태습지로 향하는 길은 아쉽게도 잔뜩 불어난 물에 잠겼다. 잠시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어 강촌생태습지에 도착했다.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치는 분수의 물줄기와 강아지풀을 뻥튀기 해 놓은 듯한 수크령이 우릴 반긴다. 강촌생태습지 가운데 자리 잡은 정자에 앉아 잠시 주변 풍경 감상의 시간을 갖는다.

이현동 두메마을 조롱박 터널에서...

 #4. 조롱박터널에선 웃음꽃  

이어진 구간, 1구간 종점인 두메마을에 도착하기 전 또 하나의 생태습지를 만날 수 있다. 사실 공원처럼 보이지만 본래 목적은 지방도와 농경 수로를 따라 유입되는 농약, 쓰레기 등으로부터 대청호를 지키기 위한 시설이다. 이름하야 ‘삼정동비점오염저감시설’이다. 이곳의 갈대와 억새는 웬만한 사람들을 가릴 만큼 울창하고 곳곳에 정자도 마련돼 있어 안내판을 보지 못했더라면 공원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오늘의 종착지, 이현동 두메마을. 이곳에도 다양한 수생식물이 식재된 생태습지를 만날 수 있다. 제철인 억새와 갈대는 물론 길을 따라 조성된 호박터널에선 표주박 모양의 호박부터 뱀처럼 길게 자란 호박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사진=허정아·김선아·조길상 기자

추동습지보호구역에서
추동습지보호구역에서 바라본 전망
추동습지보호구역에서
삼정생태공원 수변길에서
삼정생태공원 억새군락
삼정생태공원 전경
추동습지구역에서 본 대청호

 

조길상 기자 | pcop@ggilbo.com

독자와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최신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