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은유 등 수사적 장치 사용해
다양하게 해석되는 서정시로 탄생

 

 

우리에게도 지나가는 바람처럼
돌아올 그날이 있다
슬그머니 불어가는 시간이
다 내려놓지 못한 표정들
실금이 간 기억들 사이로
부푼 구름이 끼어들 때처럼
적막했던 그 빛을 찾아나서야 한다

무심코 꺼버린 세월이
아직도 온기를 내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등불이 안쪽을 비추고 있을 때
우린 깊숙이 손을 뻗어야 한다
먼 어느 날
우리에게 깨어진 시간들을
부추기며 달래며
달려가지 않도록

우리에게도 中


----------------------------------------------------------------------------------------------------------------------------------------------

시인은 시라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 속에 자신을 이입시켜 주변 환경을 고찰하고, 자의식을 넓혀간다.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는 여러 시인들의 관점이 다양하게 갈리는 이유다. 이러한 시적 영역에서 언어의 다양한 수사적 장치를 사용하는 나영순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하나의 소리에 둘이’(도서출판 이든북)를 펴냈다.

일반적으로 짙은 감성을 녹여내야 하는 서정시는 짧은 형식일지라도 다양한 수사적 장치를 사용해 무궁무진한 의미를 담아내야 한다. 그렇기에 수사적 장치는 시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관점으로 시를 바라보게 하고 본질적인 의미를 해석하게 해 진정한 시의 특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나 시인은 이러한 수사적 장치를 자주 등장시킨다. 시어는 비유와 은유 등을 통해 그 범위를 확장,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시의 이미지와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의미들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사랑과 자아성찰을 하며 더 깊숙이 시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지난 2012년 서라벌문예로 등단한 나 시인은 2015년 시낭송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수상, 2017년 제8호 백교문학상을 수상하고 대전문인협회 올해의 작가상, 2018 호주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전문인협회 운영자문위원회 부위원장과 덕향문학회 회장으로 지내고 있다. 시집 ‘숨은 그림 찾기’, ‘꽃을 만진 뒤부터’를 발간했다.

나 시인은 “이제 세 번째 길을 나섰다. 나는 주춤주춤 여장을 꾸리기 시작했다. 봄 이슬과 여름 창과 가을 달빛을 담아내는 여정이었다. 어떤 것은 파도에 잠긴 모래알 같았고, 어떤 것은 산등성이에 걸린 낙엽 같았고, 다른 것은 오선지를 타지 못한 음표 같았다”며 “나는 다시 그 노래들 위에 이름과 리듬과 화음을 조금씩 더 해갔다. 그제야 그것들은 제 소리를 내면서 내 곁에서 꽃이 되고 숲이 되고 사랑이 됐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