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한편 괴도들을 보내고 장빈일행과 싸우던 9척 괴수가 큰 소리로 말하기를

“이 놈들아! 물러가지 않고 항거할 테냐? 목숨이 아깝거든 썩 물러가거라. 우리가 너희 목숨을 빼앗으려면 식은 죽 먹기다. 어서 칼을 거둬라!”

장빈이 괴수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옳았다. 아무리 무예가 출중해도 병장기가 부실해서 적도와 대적하기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도저히 물리칠 수 없었다. 그래서 장빈이 큰 소리로 외치기를

“자, 여러분. 그만 싸움을 멈추게! 싸워 봤자 물건은 찾을 수 없게 됐어.”

이 말에 장경일행이 모두 싸움을 멈추자 괴수도 무기를 거두고 수하들을 호령하여 물러났다. 장빈일행은 이제 닭 쫓던 개 지붕을 바라보듯이 떠나가는 괴도들을 멀건이 바라보며 전송할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괴도들이 싸움을 거두고 5리쯤 갔을 때였다. 급상이 괴도들로부터 석늑을 다시 빼앗아 업고 돌아오다가 장신의 괴도일행과 마주쳤다. 급상은 얼른 옆길로 빠져 달아났다. 그러나 괴도들은 급상이 등에 업은 석늑을 재물로 오인하고 이것을 빼앗고자 뒤를 힘껏 쫓았다. 그러나 말처럼 빠른 걸음을 가진 급상을 잡지 못하고 놓치고 말았다.

한편 장빈일행은 급상이 돌아오지 않자 다 함께 큰 소리로 급상을 불러보았다.

“급상아! 늑아!”

“늑아! 급상아!”

장빈일행이 외치는 고함소리가 밤공기를 뚫고 멀리 멀리 울려 퍼졌다. 그러나 메아리만 흑망판 넓은 들판에 울려 퍼질 뿐 급상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장빈일행은 한동안 급상을 부르다가 모두 허탈감에 빠지고 말았다. 이들 중 조개와 조염 형제는 막내아우 석늑을 잃어버리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한탄하였다. 이런 조씨 형제에게 장빈이 위로하기를

“급상은 만부부당의 용맹한 사람이오. 하루에 400리를 능히 달릴 수 있는 준족이오. 800근을 넉넉히 질 수 있는 힘을 가졌으니 안심하시오. 석늑을 구하여 몸을 피했을 거요. 내 요량으로는 석늑을 구해오다가 우리와 싸우다말고 물러간 괴도들을 만났기 때문에 피했을 것이오. 그래서 불러도 듣지 못했을 것이요. 지금은 밤이라 찾을 수가 없소. 내일 날이 새면 서둘러서 급상과 석늑을 찾아봅시다.”

그 무렵 급상은 가야할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달아나는데 확실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급상은 그 소리가 괴도들이 쫓아오면서 내지르는 소리로 알고 더욱 발 빠르게 달아났다.

이때 장빈일행이 급상을 잃고 절망에 빠져서 한동안 공기가 무거운데 장빈이 말하기를

“아까부터 이 근처를 살펴보니 인가가 보이지 않소. 요기라도 하려면 어제 묵었던 곽호의 집으로 되돌아갑시다.”

“아니오. 형들, 저쪽을 보시오. 불빛이 보이오. 인가가 있는 성 싶소.”

황신은 장빈이 되돌아가자고 말하자마자 불빛 하나를 발견하고 말했다. 일행이 황신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바라보니 과연 산속에 불빛이 깜박이고 있었다. 일행은 행여나 저기를 찾아가면 요기를 할 수 있을까 기대를 가지는데 조개가 말하기를

“저 불빛을 찾아갑시다. 급상도 저쪽으로 갔으니 우리가 그곳에 가면 혹시 급상과 석늑의 행방을 알지 누가 알아요.”

그리하여 장빈일행은 불빛을 바라보고 발길을 놓았다. 대략 20여 리를 부산히 움직여서 산 아래 당도하니 울창한 숲속에 거대한 장원이 나타났다. 불빛은 장원에서 생명수처럼 새어나오고 있었다.

- 현인 진원달을 찾아가다

믿음직한 진산(鎭山)이 수려한 교목으로 숲을 이룬 가운데 장원이 버티고 있었다. 푸르른 달빛에 유난히 확 드러난 장원은 장엄해 보였다. 그러나 웬일인지 괴도들의 소굴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 으스스했다. 장빈일행이 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울안을 들여다보았다. 개 짖는 소리가 없고 사람이 적게 산다는 느낌을 주어서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장빈은 대문 밖에 서서 인기척을 내고서 주인을 찾았다. 한참 후에 사람 기척이 나더니 동자가 방문을 열고 나타나 묻기를

“뉘신데 야밤에 주인을 찾습니까?”

“길을 가던 나그넨데 날이 저물어 이슬을 피하고자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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