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파트 매매가 인상하자 전세가도 올라 자가점유율도 낮아 ‘내 집’없는 서러움 더 커

 대전의 아파트 매매가가 오르자 전세가도 덩달아 상승세다. 집값 상승에 애먼 전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거다. 심지어 오른 집값만큼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까지 있다는 후문이다. 새 학기를 대비한 이사 수요가 대거 등장할 시점이어서 ‘내 집’이 없는 서민의 서러움만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전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억 6041만 9000원이다. 대전은 올 들어 단 한 번도 매매가가 떨어지지 않았을 정도로 전국에서 부동산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다. 2년 전(2억 1629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11%나 올랐다.

매매가가 연일 상승세를 그린 만큼 전세가 역시 고공행진을 보였다. 전세가는 지난달 기준 1억 6691만 7000원으로 2년 전(1억 4529만 6000원)과 비교할 때 14% 상승했다.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보다 컸다.

전세 계약이 대개 2년마다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전세 수요는 2년 전보다 큰 부담을 감당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에게 높은 보증금을 요구해 나가게 한 뒤 아예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려는 경우도 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했는데 액수가 너무 커 새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내 집을 갖고 싶지만 현재 대전의 부동산을 보면 엄두도 나지 않는다. 걱정이 앞선다”고 한 숨 쉬었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에서 임대인이 높은 보증금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대전의 자가점유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자가점유율은 자신이 보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것을 말한다. 대전의 자가점유율은 가장 최근인 2015년 기준 53.8%로 전국 광역도시 중 가장 낮았고 전국 평균(56.8%)마저 밑돌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 보증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이 유독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집’이 없다는 서러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린다. 내년 대전의 공급 물량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주택보급률은 낮아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축 호재에 힘입어 매매가는 계속 상향되고 이에 따라 전세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자가점유율이 낮은 대전의 전세 수요 입장에선 상당한 골칫거리다. 단기적으론 대전에 공공주택을 늘리고 장기적으론 매매가와 함께 전세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대전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가가 너무 크게 올라 모두가 매매가에만 집중했으나 전세가도 덩달아 크게 상승했다. 새 학기 이사가 한창이어서 재계약을 앞둔 전세 세입자가 많을 텐데 대부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인상해달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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