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기생충’ 4관왕
감독·작품상·각본·국제영화 석권
지역 문화계 “한국영화 101년 쾌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힘을 유감없이 뽐냈다. 세계영화사에 큰 획이 그어지던 순간, 지역 문화계도 봉 감독과 그의 작품의 잇단 수상에 쾌재를 부르며 한국영화가 써 내려갈 새로운 100년에 대한 기대로 가슴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 ▶관련기사 11면

‘설마’가 ‘현실’이 됐다. 그의 말처럼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시간으로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휩쓸며 4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영화를 통틀어 92년의 아카데미 역사까지 단숨에 뒤바꿨다. 각본상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계 최초이자 외국어 영화로는 17년 만이었다. 작품상 역시 아카데미 사상 첫 외국어 영화의 수상이다. 아카데미가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현대사회 속 계급구조를 날카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양한 상징과 은유로 세계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영화를 곱씹게 하고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게 하면서 이젠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기생충을 쉬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전해진 낭보에 지역 문화계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무엇이든 혼신을 다해 표현하고 이를 그려내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도전하면 ‘우리도 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생각에서다. 성낙원 대전영화인협회장은 “한국영화 101년에 찾아온 경사는 하루 아침에 나온 게 아니라 끊임없이 갈고닦아 온 오랜 생각들이 모아져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이라며 “평소 청소년영화제를 통해 미래 영화인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데 오늘을 기회로 다시 한 번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보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윤여봉 ㈜채널원 대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기쁜 일”이라며 “아카데미 수상을 통해 국내 영화인들이 제작과 창작 과정에 모쪼록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대전독립영화협회장을 지낸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성칠 의원(대전 중구1)은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쾌거에 기뻐하면서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승준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수상 불발을 아쉬워했다. 조 의원은 “내 생애 이런 날이 있다는 게 그런 정도로 다가오는 기쁨이 큰 데 결국 인간의 본성, 삶에 대한 본질적인 것들은 세계인의 공통된 인식이라는 것 아니겠냐”며 “기생충과 별개로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세월호 참사를 다루며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부재의 기억도 함께 조명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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