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옥 남선초 교사

남선초등학교 학생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어깨에 손을 올리며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남선초 제공
 

 

요즘은 학교마다 1월까지 등교하다가 졸업식까지 마치는 곳도 있고, 방학 중에도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각종 캠프를 활발하게 운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1월과 2월이 쉬는 기간이 아니라 한 학년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숨고르기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선초등학교(교장 박근숙)는 대전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대도시의 모습이 아니라 농촌 풍경이 펼쳐진 작은 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면 나오는, ‘숲속 작은 초등학교’이며 대전에서 유일한 벽지학교이다. 유성구의 외곽이면서, 충남 계룡시와 인접한 즈음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남선초에서 근무한 지도 두 해가 지났다. 귀염둥이 2학년들과 일 년을 지내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나갔다. 일 년이 열두 달이 아니라 마치 넉 달처럼 생각된다. 1학기-여름방학-2학기-겨울방학, 학교에서의 시간은 이렇게 네 개의 단위로 흐르는 것 같다. 특히 지난해는 2학년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쌓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학교 운동장에 이동식 수영장이 생겼던 일이다. 지난 11~12월 사이에 우리 학교에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 운동장에 뚝딱 수영장이 만들어졌는데, 바로 에어돔 형식의 이동식 수영장이 설치된 것이다.

교실과 수영장의 거리는 걸어서 1분! 한 달 내내 아이들은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는 수영장에서 마음 놓고 생존수영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이것저것 걱정도 많았다. 추운 날씨에 수영하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지, 혹시 눈이라도 오면 이동식 수영장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그런데 막상 에어돔 수영장이 설치되고 생존수영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시설과 강사진, 교육내용 등 모든 면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아서 성공적인 행사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떤 어린이는 한 달 동안 마치 천국에 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생존수영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힘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신나고 즐겁게 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첫 발령을 받은 이래로 남선초는 나의 다섯 번째 학교다. 벽지학교이고 소규모학교이지만, 큰 학교보다 뭔가 특별하고 행복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학교 외관도 알록달록 무지갯빛으로 꾸며져 있어서 아침에 출근할 때는 마치 동화 나라로 빠져들어 가는 것 같다. 어린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들은 겨울방학 내내 더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2월에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 2020학년도에 이 동화 같은 나라에서는 또 어떤 신나는 일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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