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옥 남선초 교사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따뜻했고 눈 구경 하기가 어려웠다. 요즘도 계절이 한 달은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남쪽 지방에는 벌써 매화가 만개했다고 한다. 대전에도 부지런한 벚꽃들과 노란 개나리 몇몇이 고개를 내민 모습을 볼 수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1월보다는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3월이 돼야 비로소 새해, 새로운 출발의 느낌이 든다. 드디어 시작된 3월, 새삼스럽게 그리운 예전 3월의 풍경들을 떠올려 본다.

3월의 첫 출근일, 길거리에서 만난 모습 중에는 중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최고 학년으로서 어깨에 힘을 주고 마음껏 지내던 학생들이 중학교 교복을 처음 입고 등교하는 날에는 잔뜩 긴장한 티가 났다. 멀리서도 한눈에 중학교 신입생인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짧게 깎은 머리와 처음 입어본 교복을 어색해하면서 걷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이러한 풍경을 뒤로하고 학교에 도착하면,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왔다.

 ‘담임선생님이 누구실까?’ 여기저기 교실을 기웃거리면서 학생들은 나름대로 추측을 하기도 했다. 선생님들 역시 ‘새롭게 만날 학생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어떻게 하면 1년을 잘 지낼 수 있을까?’ 설렘을 안고 출근을 했었다.

한편, 선생님들에게 3월은 고난의 달이기도 했다. 오전 내내 화장실 한 번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수업하랴, 쉬는 시간에 업무 처리하랴, 또 아이들 질문에 대답해 주다가 ‘조금 있다 해결해야지’ 하다 보면, 금세 점심시간이 된다.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을 급식실로 데려가 급식 지도를 해야 한다. 너무 떠들거나, 편식하거나, 음식을 흘리는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또 3월은 기본생활습관, 기본 학습 태도가 갖춰져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특히 3월에 ‘실내에서 걸어서 다니자, 발표할 때 이렇게 손을 들어라’ 같은 말을 하루에 열 번도 더 반복하며 지도한다.

하지만 이번 3월의 학교 풍경은 완전히 낯설다. ‘코로나19’가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을 뒤바꿔 놓았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국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고, 3주간 휴업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0학년도 3월의 첫 주, 텅 빈 교실에는 설렘 대신 적막만이 가득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되고, AI가 사람을 대신하며 무인 자동차가 곧 도로를 활보하게 될 이 최첨단의 시대에,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전 세계가 이런 혼란을 겪고 있다니...

“선생님, AI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아서 처치할 수는 없는 거예요?”

어떤 학생은 이렇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돼 아무 거리낌 없이 식당에도 가고 영화관에도 가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 학생들로 가득한 학교를 만나고 싶다. ‘고난의 3월’을 어서 기꺼이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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