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예원상성 초입

[금강일보] 우리 일행은 A 사장의 회사 직원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곧장 예원상성의 주차장에 주차했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상하이 지하철 10호선 예원역(豫园·Yuyuan Station)에서 내린 뒤 1번 출구로 나가야 한다. 푸유루(福佑路)에서 5분쯤 걷다가 주자오창루(旧校场路)에서 오른쪽으로 꺾어가면 예원이다. 

예원상성

상하이 구도심인 푸시지구(浦西地區)에서도 중심지인 예원 일대는 원나라 때부터 약 700년간 상하이의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영국 조차지(租借地)로서 보행자거리가 된 난징루(南京路)에서도 지척인 이 곳은 1559년 명(明)의 형부상서(刑部尙書) 반윤단(潘允端)이 아버지 반은(潘恩)을 위하여 당대 유명한 장남양(张南阳)에게 공사를 맡겨서 18년 만에 완성한 개인 정원이다. 예원은 원래 현재의 전통 상가 거리인 예원상성(豫园商城)을 포함하는 5만㎡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였으나, 정작 반윤단의 아버지는 예원이 완공되기 전에 죽고, 반윤단 역시 예원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병사했다. 

예원상성

그런데, 예원은 1840년 아편전쟁 후 영국군이 주둔하면서 값비싼 물건들을 약탈당하면서 빈껍데기가 되었다. 또 영국군에 이어 1860년 프랑스군이 주둔하면서 더욱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특히 1864년 태평천국의 난(太平天國亂) 때 태평천국 군의 기지였던 탓에 관군의 공격을 받고 거의 폐허가 되었다. 1956년부터 중국 정부가 복원을 시작하여 1961년에 일반에 개방되면서 1982년에 중국의 국가 유적지로 지정되었다. 

예원은 오밀조밀하고 곡선미가 크게 휘어진 명~청 시대의 건물들이 조밀한 예원상성과 개인 정원이었던 예원으로 구분되는데, 상가 거리를 의미하는 예원상성은 서울 인사동보다 몇 곱절 넓은 비슷한 전통문화거리이다. 

전통술 판매점

청나라 저잣거리를 연상케 하는 골목을 따라 고풍스러운 상가는 흔하게 도로 양편에 길게 늘어선 점포들이 아니라 큰 길가와 작은 골목마다 점포가 즐비한 시장 촌과 같다. 화려하고 지붕의 선이 과장되게 돌출한 청나라식 건물들은 붓, 벼루, 연 등 문방사우는 물론 골동품, 금은방 등 중국 전통 분위기가 느껴지는 물건들을 팔고 있는데, 전통 찻집, 스타벅스, KFC, 맥도날드 등이 현대적인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약 4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특히 정원 예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호수 위에 설치한 구곡교(九曲橋)의 왼편에는 샤오룽바오(小笼包)가 맛있기로 소문난 난샹 만터우점(南翔馒头店)이 있다. 

특산물 실크

상하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만둣집인 남상만두집은 전면의 3층 건물 이외에 그 왼편에 길게 이어진 건물 모두가 만두를 파는 전문점이다. 이곳의 만두를 맛보려고 하는 여행객들로 항상 긴 행렬을 짓고 있어서 초행자들은 자칫 이곳을 예원으로 입장하기 위한 매표소로 착각할 정도다. 나 혼자라면 절대 그렇지 않았을 일이지만, 맛집을 즐겨 찾는 아이들의 요구로 이곳에서 줄을 서서 30여 분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 거리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남상만두점
남상만두

남상만두는 거대한 빌딩 전체가 음식점이지만, 의외로 내부는 단조로워서 목조 식탁과 의자뿐이었다. 만두는 국내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특이한 것은 국화빵처럼 약간 평평한 모양의 만두 안에 멸칫국물을 넣은 것을 커피나 주스 마시듯이 빨대로 빨아먹는 것이었다. 

예원상성에서는 이색적이고 화려하고 옛 중국식 건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밤이 되면 무수한 건물의 지붕라인에 설치한 아름다운 조명으로 더욱 인기가 많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뒤범벅되어서 소매치기 같은 도난사건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구곡교

정원 예원으로 들어가는 인공호수 위에 만든 구곡교(九曲橋)는 아홉 번 구부러진 다리인데, 구곡교의 유래는 중국인들은 예부터 ‘아홉’을 가장 길한 숫자라고 생각하고, 또 중국에서는 귀신은 직선으로만 떠다닐 수 있다고 믿어서 길이 많이 구부러지면 집안으로 못 들어오기 때문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리가 꺾이는 각도마다 다른 주변의 9가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구곡교 중간에는 아름다운 정자 호심정(湖心亭)이 있는데, 이곳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항상 북적인다. 호심정은 원래 예원의 일부였으나, 지금은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구곡교에 관하여는 1월 29일 자 북경 이화원 참조)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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