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진 충청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

꽃피는 4월. 봄이 오는 길목에서 따뜻한 봄맞이를 해야 하는 요즈음 생각지도 않은 불청객 코로나19가 찾아와 온 국민을 움츠리게 하고 세상을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도심지 병원, 사무실 등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산촌의 오지마을 어느 곳이나 할 것 없이 얼마나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지 코로나19로 생긴 유행어가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라는 말이다. 초·중·고 개학이 벌써 세 번째 연기되어 학사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인지 참으로 암담하다. 식당·학원 등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IMF 시절보다 더하다고 한다. 농업인들도 소비가 되지 않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사람들이 회훼농가들이 아닐까 싶다.

전국적으로 졸업·입학식 등 각종 행사를 축소하고 취소함에 따라 화훼 소비 감소로 화훼 농업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나름 꽃소비 활성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화훼농가들에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화훼농가들은 2월부터 3월까지 열리는 졸업식과 입학식 등의 행사에 맞춰 꽃 출하를 준비하는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꽃을 재배해 출하할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더욱이 앞으로 다가올 근로자의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결혼식 등 크고 작은 꽃 소비 수요 행사가 가장 많은 5월까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다면 많은 화훼농가들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실제 꽃 출하가격은 지난해의 절반정도로 낮아진 데다 농가의 경영비 부담은 증가했다.

충남도에서도 조금이나마 화훼농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사무실 꽃 생활화’, ‘꽃 선물 주고 받기’, ‘한 가정 한 송이 꽃 꽂기’ 등의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런 행사가 화훼농가를 살리기 위한 일시적인 대책이지만 단순히 꽃 팔아 주기 운동으로만 끝나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꽃을 가까이 하는 문화로 발전되어야 한다. 의식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마음의 안정이 더욱 중요해지는 요즘 시대에 꽃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가져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마음의 치유도 받고 생산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다각적인 소비 방법을 모색하여 일시적인 꽃 소비가 아니라 꾸준한 꽃 소비로 이어져야 한다. 사무실과 가정에 꽃을 놓음으로써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접하게 되면 마음이 밝아지게 되고 그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도 밝아지게 된다.

지금은 온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가정에서의 생활이 많아졌다. 봄꽃 축제들도 취소가 되었고 각종 문화행사도 열리지 않는다. 프리지어 꽃 한 다발, 국화 꽃 한 다발을 거실에 장식하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가족들과 꽃 평가도 하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 공포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건강도 챙기고 화훼농가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꽃 소비운동에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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