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일 총선특별취재반

[금강일보 최일 기자] 매 공직선거를 앞두고 금강일보를 비롯한 각 언론매체가 일부 관심 지역을 선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데, 그럴 때면 겪게 되는 현상이 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돌려본 조사 결과와는 딴판이네요. 바닥 민심은 우리가 앞서고 있습니다.”

가상대결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 후보 측에서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조사기관에서 장난을 친다”, “표본 선정이 잘못됐다”, “유·무선전화 비율이 잘못돼 있다”, “모 후보 측과 모종의 연계가 돼 있는 조사다”라는 둥 갖가지 이유를 붙여 자신들이 앞서고 있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려 한다. 뚜렷한 근거를 내놓는 것도 아니다. “자체조사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며 말을 흐린다.

반면, 수위에 오른 후보 측에선 “제대로 된 조사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 결과”라고 반색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 여건이 더욱 열악해진 지역언론사에서 없는 살림에 돈을 들여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4·15 총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를 의뢰하면서, 그 결과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 언론사나 조사기관이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뒤탈이 날 게 뻔한 행위를 왜 위험스럽게 나서서 하겠는가.

언론사로선 조사기관으로부터 전달받은 보고서를 근거로 보도를 한 죄(?) 밖에 없다. 지역 유권자들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기획하고 보도하는 것이지, 특정 세력의 유불리를 따지며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사운(社運)을 걸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일부 사이비 언론들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게 우리 언론계의 부끄러운 현실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자신들의 ‘희망사항’과 다른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 후보 쪽에선 “신뢰할 수 없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뭔가 ‘의도’가 있는 여론조사라는 억측을 쏟아낸다.

도대체 각 정당, 각 후보 캠프에선 어떤 방식으로 조사를 하는지 궁금하다. 당원들이나 지지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저마다 자신들이 앞서고 있음을 항변한다.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는 ‘잘된 조사’, 불리하게 나온 여론조사는 ‘잘못된 조사’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그 자체가 모순이다.

여론조사는 표심의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물론 언론매체를 통해 적나라한 수치가 발표되면, 뒤처진 후보 측에서 받는 충격은 매우 크다. 한참 앞으로 달려나가도 모자란 마당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맞닥뜨려야 하는 공허함과 절망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민심을 왜곡·조작하고 있다”며 해당 언론사나 조사기관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비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행태다. 겸허히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더욱 분발해야 할 부분을 찾아내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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