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논란 여전, 23일 靑 하명수사 재판 돌입
김기현과 21대 국회 함께 입성

[금강일보 최일 기자] 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정치인으로 변신, 전국적 이슈의 중심에 서며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황운하(57)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며 피고인이 된 황 전 청장은 대전 중구에서 미래통합당 이은권 의원의 재선을 저지하며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배지를 단 그는 4·15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법과 대통령 훈령 상충, 해결해야”

민갑룡 경찰청장은 20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치안감인 황 당선인의 겸직 논란과 관련, “헌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직위를 겸할 수 없지만, 공무원 비위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훈령상으로는 기소 중인 경우 면직이 안 된다”며 “법과 대통령 훈령이 상충하는 문제가 있지만 합리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국회 사무처와 인사혁신처 등 기관에 질의해 받은 의견을 토대로 검토해 나가고 있다”며 “법령에서 정한 바와 법리에 따라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황 당선인을 기소했다. 황 당선인은 총선 출마에 앞서 경찰청에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 규정’상 비위와 관련한 조사·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징계 절차를 늦추기로 하면서 황 당선인은 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내달 30일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 청장은 “황 당선인 사례는 관련 규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특이한 사안이므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권위 있는 책임기관의 판단이 나오면 그것에 의거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靑 하명수사 재판 23일 시작

한편, 황 당선인 관련 재판이 이번 주 시작돼 주목된다. 청와대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비리 의혹으로 올해 초 기소된 여권 인사들이 당선인 신분으로 법정 싸움에 돌입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오는 23일 진행한다. 공판 준비기일은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쟁점 사항을 살피는 절차로,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이 사건은 청와대가 민주당 소속 송철호 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골자로 하는데, 수석비서관부터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인사들이 중앙·지방정부의 내부정보를 송 시장 측에 넘겨줘 공약 수립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송 시장의 경선 경쟁자에게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혐의 사실이다.

또 청와대 인사들이 송 시장의 본선 경쟁자였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소속 김기현 전 시장의 비위 첩보를 황 당선인이 지휘하던 울산경찰청에 전달해 하명수사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송 시장과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기소, 지난 1월 말 공소가 제기됐지만 법원 정기인사와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쳐 총선이 끝난 뒤에야 첫 재판 절차가 열리게 됐다. 그 사이 황 전 청장, 한 전 수석 등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재판부의 판단 결과에 따라 정치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정에서도 사실관계와 법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데, 사건 당사자들은 의혹에 근거가 없고,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기현과 21대 국회 함께 입성

황 당선인의 선거 개입으로 울산시장 선거에서 패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시장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아 울산 남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선거운동기간 대전 중구를 찾아 이은권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며 “선거농단 형사피고인인 황운하는 국회의원 후보 자격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던 김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 황 당선인과 맞닥뜨리게 됐다. ‘검찰 저격수’를 자처하는 황 당선인과 ‘황운하 저격수’를 자임하는 김 당선인의 얄궂은 운명에 눈길이 쏠린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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