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생산하는 천연 항생물질 ‘프로폴리스’
2003년 한국원자력연구원 2호 연구소기업
무알코올·수용성(WEEP), 칵테일 공법 보유
충남대병원 협약 맺고 의약품 개발

대전 유성구 방현동에 위치한 ‘서울프로폴리스’ 본사
‘서울프로폴리스’의 구강항균 ‘프로비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프로폴리스’의 효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나무에서 나온 분비물을 채취한 벌의 침과 밀랍(beeswax)을 함께 섞어 만든 것을 프로폴리스(propolis)라고 하는데, 꿀벌이 벌집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하는 이 프로폴리스에 면역 증진, 향균, 항산화, 세포 활성화 등의 효과가 있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탁월해서다.

제각각 효능이 다른 프로폴리스를 서울프로폴리스 이승완 대표(67)는 세계 최초의 칵테일 공법으로 최적 조합해 월등한 효능을 완성해냈다. 2003년 설립 후 주요 제품인 ‘구강 향균제 스프레이’가 코로나19 난국에서 주목받기까지 서울프로폴리스가 목표한 것은 오로지 세계 일류다.

 

‘서울프로폴리스’ 이승완 대표

#. 프로폴리스 국산화에 도전하다

이 대표는 남양알로에 창립 멤버로 국내에 알로에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훗날 서울알로에를 경영하던 중 프로폴리스의 탁월한 효능에 주목했다.

사실 프로폴리스는 5000년 전 이집트에서 염증치료제와 미라를 만드는 방부제로 이용되는 등 고대부터 주목받아온 민간약품이다. 감염 예방과 치료, 면역력 증진, 항암효과 등이 입증되면서 현대사회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하지만 프로폴리스 원재료와 제품 생산은 브라질, 중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 집중돼 그동안 국내 프로폴리스는 기지개를 켜지 못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2003년 한국원자력연구원 보육기업(2호 연구소기업)으로서 기존 서울알로에를 서울프로폴리스로 전환 후 줄곧 프로폴리스 기술개발에 주력했다.

첫 번째 도전은 무알코올·수용성(WEEP) 공법을 통한 프로폴리스 생산이다. 보통은 알코올로 추출해 맛과 향이 거북한 게 프로폴리스의 단점이다. 무알코올·수용성(WEEP) 공법을 거친 서울프로폴리스의 원재료는 미세먼지를 예방하는 구강 스프레이, 구강 청결제, 화장품, 치약, 드링크, 동물 약품 등 어느 제품으로 가공해도 복용에 부담이 없다. 맛과 향이 부드러우며 체내 흡수율도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재료를 추출해낸 덕분이다.

한편으로는 꿀벌이 채취하는 나무별로 프로폴리스의 효능이 다른 점도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대표는 연구진과 함께 다양한 효능을 가진 프로폴리스를 최적의 조합으로 섞는 칵테일 공법을 적용해 원천 특허(원산지 혼합 프로폴리스 조성물 특허)를 확보했다. 제품의 주요 기능에 맞춰 최적의 인계점을 조합해 프로폴리스의 효능을 더하고 강화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16년 산업부 ‘차세대 세계일류상품’, 지난해 기술혁신 중기부장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 대기업 OEM 계약, 자체 판매로 안정적인 판로 확보

무알코올·수용성(WEEP) 공법과 칵테일 공법을 통해 탄생한 서울프로폴리스의 원재료는 브라질, 중국, 호주 등 프로폴리스 생산업체과 견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2016년 산업부로부터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고, 지난해 기술혁신을 인정받아 중기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서울프로폴리스가 생산한 프로폴리스 원재료는 미국,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 등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 원재료를 기반으로 출시된 구강 스프레이, 구강 청결제, 화장품, 치약, 드링크 등의 제품은 LG생활건강, 광동제약, 동원G&C, 교원더오름 등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고, 자체 인터넷몰과 이마트, 전국 20개 대리점엔 서울프로폴리스 브랜드를 달고 출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항균과 면역 증진에 있어 높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구강 스프레이(프로비 프로폴리스 스프레이)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매출만 5배가량 껑충 뛰었다. 하루에 2~3번 입안에 뿌리기만 하면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어 어린아이와 노인을 비롯한 가족 단위 고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작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국내·외 프로폴리스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의약품에 가까운 고부가가치 기능식품을 개발해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성장 동력이 되는 바이오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품어서다. 이를 위해 최근엔 충남대병원과 협업을 통해 프로폴리스 추출물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프로폴리스의 항산화 물질이 노화억제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 다양한 질병 치료에 접목할 계획이다.

 

‘서울프로폴리스’ 연구진이 새로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 성공보다 주목해야 할 건 험준했던 개발과정

서울프로폴리스가 보유한 무알코올·수용성(WEEP) 공법은 쉽사리 탄생한 게 아니다. 초창기 연구진과 함께 사실상 매출 없는 휴업 상태에서 2년여간의 개발과정이 진행됐다. 생물화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외국의 전문가와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각종 프로폴리스를 연구한 끝에 칵테일 공법을 추가 확보했다.

이 대표는 “남양알로에 창립과 운영과정에서 연구했던 경험이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폴리스 추출·가공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만큼 벤처기업이 걸어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지역 벤처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창업멘토링을 하고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협회장)도 이끌었다”고 술회했다.

이 대표는 지역의 벤처기업이 살아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믿는 그야말로 뼛속 깊은 벤처인이다. 흔히 벤처를 하면 4가지 죽음의 계곡을 마주하는데 자금, 기술, 인력, 판로(시장) 개척에 있어 늘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인력이다.

이 대표는 “벤처기업이 하나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려면 고인력이 붙어야 한다. 하지만 개발과정에서는 자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인력 고용에 한계가 있고 기업에 친화적이지 못한 노동 관련법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다. 이를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가 도와줘야 지역의 벤처기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지역의 정치리더가 벤처기술을 이해하며 든든히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더불어 국내 프로폴리스 생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벌통 하나당 150g(1%)밖에 추출이 되지 않아 꿀 가격이 더 낫기 때문에 프로폴리스를 생산하려는 농가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프로폴리스가 의약품 시장에서 주목받을 때를 대비해 지역 농가의 참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글=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사진=함형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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