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의 특사경법 개정안 20대 국회 문턱에서 좌절
“폐단 척결 위해 재추진해야” vs “수사권 오·남용 우려”
일각선 “단순권력 다툼에 지나지 않아, 협력 필요” 지적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단속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이하 특사경법)이 결국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 했다. 의료계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나옴과 동시에 무산됨이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겹치고 있다. 불법사무장단속 척결이란 같은 목표를 가지고서도 특사경법에 대한 찬반여론이 극화되면서 ‘대체 누구를 위한 갈등인가’라는 지적도 적잖게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대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인 지난 15일 전까지 의료계의 주요 단체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가며 특사경법의 국회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해진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만 처리한다’는 원칙으로 인해 결국 특사경법 도입은 물거품이 됐다. 그동안 사무장병원 수사는 사건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11개월 이상 장기화 돼 건보재정 누수의 큰 주범이었다.

영리적 문제뿐만이 아니다. 자본금을 갖고 있는 비의료인이 병원을 불법으로 운영하면서 문어발식 병원을 확장, 요양급여를 빼돌리거나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사기와 부당청구 등 악독한 행위를 하면서 의료질서 파괴까지 일으키는 상황에서다. 대전의 경우에도 몇 십억 원의 요양급여를 빼돌린 불법사무장병원이 검거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건보공단이 반드시 특사경법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전 A 병원 관계자 김 모 씨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사무장병원 근절은 필요불가결하다. 의료기관 지원 정상화를 위해서도 그렇다”며 “사무장병원은 민폐의 산실이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의 행태에 관해 전문성을 갖고 있고 요양급여 관련 비리 문제와 직결되는 업무를 맡고 있기에 특사경법 재추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건보공단의 수사권 오·남용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다.

충남 B 병원 관계자는 “건보공단에 사법경찰권을 넘긴다는 것은 의료기관에 대해 일방적 단속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쥐어주는 것”이라며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바와 다름없다.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약국 단속을 한다며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한 기관들 중 무혐의 판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아야만 한 곳들이 적잖았다. 특사경법 개정이 도입된다면 이런 피해는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불붙은 찬반여론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대전 C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특사경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수사권을 누가 갖느냐가 중심쟁점이기 때문에 사실상 단순 권력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사무장병원은 점차 지능화되고 있고 이를 척결하는 일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주요 단체와 건보공단 모두의 목표이자 모두의 의무다. 이제는 함께 손잡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훈수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