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도서신간 5월 5째주
  • 김선아
  • 승인 2020.05.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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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Ⅰ.1/선진철학에서 개인주의의 재구성/단일한 근대성… 외 50권

▲ 유작Ⅰ.1 =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국내 칸트 철학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임마누엘 칸트(1724∼1804)가 말년에 쓴 단편과 단편적 초고를 한국어로 옮겼다.

‘칸트전집’을 대표하는 베를린 학술원판 전집에 수록된 제21∼23권 속 ‘유작’(Opus postumum) 중 제21권의 머리말과 1∼334면을 역주했다.

책은 1796년부터 1803년까지 노년기 칸트의 인간적인 면모와 사상 전체를 조망하게 한다. 신과 세계, 철학과 철학을 한다는 것에 대한 칸트의 간결하고 흥미로운 아포리즘(격언)도 전한다. 비판철학자로서 칸트의 사상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칸트 철학 연구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한국어 번역과 주해의 고충을 토로한 백종현 교수는 “’유작’ 읽기를 시작하여, 행간에서 노년 칸트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쉼 없는 칸트의 사념의 자취를 추적해간다면, 칸트 사상의 전모를 눈앞에서 선하게 보는 보람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책 앞부분에서 ‘유작’의 성격과 의미, 주요 주제들에 관해 설명하고, 말미에는 ‘개념 찾아보기’를 덧붙여 독자들이 원어와 번역어를 대조해보고 흩어져 있는 칸트의 사념 조각을 모아볼 수 있게 했다.

아카넷. 492쪽. 3만원.

▲ 선진철학에서 개인주의의 재구성 = 고은강 지음.

개인주의 연구에 몰두한 저자의 미발표 논문을 묶은 책이다.

서양철학은 개인을, 동양철학은 공동체를 중심에 둔다는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왜 동양철학은 기존 동양철학이 중요하게 다루는 논제에만 집중하거나 서양철학에 대한 제한적 대안 제시에 그치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중국 선진(先秦) 시대(춘추전국시대)의 고전을 재해석하고 현대 사회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또 선진 시대의 고전 철학에서 개인과 개인주의란 개념에 주목하며 동양 철학을 자유, 평등, 연대의 개념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저자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서로 연대하는 개인’은 근대 서구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보편적 정의이며 개인, 개인성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평등과 연대는 무의미하다는 말을 ‘자유, 평등, 연대’와 가장 무관한 듯 보이는 중국 고대 사상가들의 문헌을 통해 하고자 했으며 그 작업의 중간 정리가 바로 이 책”이라고 밝혔다.

도서출판 눌민. 200쪽. 1만4000원.

▲ 단일한 근대성 = 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황정아 옮김.

마르크스주의 문학·문화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이 근대성과 모더니즘이라는 범주의 탄생과 번성을 둘러싼 역사적 상황을 밝힌 책이다.

1부 ‘근대성에 관한 네가지 격언’에서는 마르크시즘적 해체를 통해 ‘근대성’이란 용어를 이데올로기적·형식적으로 분석한다. 제임슨은 근대성이 하나의 비유이자 서사 범주이고, 근대성 담론은 근대성이라는 비유가 투사된 서사라고 주장한다.

2부 ‘이데올로기로서의 모더니즘’에서는 모더니즘이란 용어를 어떤 것으로 다루어야 하는가를 정리한다.

제임슨은 이론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현재의 논의가 역사적 상황을 도외시한 채 낡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이론적인 해이”라고 지적한다.

창비. 284쪽. 1만8000원.

▲ 추억으로 가는 당신 = 주현미 글, 이반석 정리

트로트 열풍이 거센 시대다. TV 채널마다 트로트 프로그램이 나오고, 트로트 가수의 팬덤은 아이돌을 능가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한국인의 핏줄 속에 흘러온 전통가요의 ‘DNA’를 새삼 발견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 귓가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전통가요 명곡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지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사연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그리고 책으로 올올이 엮어 들려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

가수 주현미의 책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한국 대중가요 태동기인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추억의 명곡 50선에 얽힌 이야기를 한 자리에 모았다. 주현미 음악 인생을 담은 에세이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한국 트로트 사(史)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책 역할을 한다.

그는 1년 반 이상 유튜브 ‘주현미 TV’에서 전통가요를 보전하는 작업을 해왔다. 잊혀 가는 옛 노래가 안타까워 가사를 복원하고, 직접 노래 부른 영상을 차곡차곡 남겼다. 그렇게 100여 곡을 수집했고 전체 조회 수는 2000만 회를 넘겼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그런 주현미의 유튜브 아카이브를 종이책으로 옮겨온 것 같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소개한다.

“저와 여러분의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노래들, 여전히 우리를 울리는 그 많은 사연을 기록하다 보니 어느새 책 한 권으로 담을 만큼의 분량이 되었어요. 이 기록이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유달리 순정한 옛 가사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된다. 그만큼 많은 노래가 저마다 지고지순하고 애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하는 가사로 익숙한 1953년 곡 ‘봄날은 간다’는 아들이 장가갈 때 시집오면서 입었던 연분홍 치마를 입겠다는 어머니의 유언을 모티프로 탄생했다.

전쟁 나간 오빠 대신 뱃사공이 된 소녀의 사연이 담긴 ‘처녀 뱃사공’(1958)처럼 옛 노래의 정서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아픈 굽이를 유난히 많이 거쳐온 우리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명곡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가요사에 이름을 남긴 명(名)작곡가, 명가수들 계보도 자연스럽게 일별하게 된다.

주현미의 데뷔곡인 ‘비 내리는 영동교’(1985)를 비롯해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추억으로 가는 당신’ 등 주현미의 히트곡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도 엿볼 수 있다.

주현미는 사람들이 옛 노래와 그에 얽힌 사연을 읽고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며 “이제 ‘주현미’의 노래가 아니라 ‘여러분’의 노래가 되어 함께 감상하고 따라 불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책 속에 새겨진 QR코드를 통해 음악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쌤앤파커스. 264쪽. 1만5000원.

▲ 스페이스 오페라 = 캐서린 M. 발렌티 지음, 이정아 옮김

지구인 외에도 고등 생명체가 있다면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가수는 누굴까?

미국 작가 캐서린 M. 발렌티의 공상과학소설(SF) ‘스페이스 오페라’는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우주 전쟁과 노래 경연대회를 절묘하게 배합해낸 장편 코믹 SF이다.

웜홀을 통해 우주를 개척한 외계인들이 지구인과 맞닥뜨리고 여러 종족마다 서로 대립한다. 서로를 ‘지적 존재’로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는 오랫동안 ‘지각력 전쟁’에 시달리고 큰 상처만 남긴 채 싸움이 일단 끝난다. 우선 과제는 은하 문명의 화합과 상처 치유를 위한 이벤트였다.

이를 위해 역사 깊은 은하 종족들을 중심으로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를 매년 열기 시작한다.

작가는 유럽 최대 음악 경연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제2차 세계 대전 후 폐허가 된 유럽인의 터전과 마음을 달래고자 1956년 시작됐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우주 가요제는 종족들 간 반목을 없애고 화학적 결합을 도모하는 행사였지만 평화 유지를 위한 가혹하고 무서운 규칙도 있다. 꼴찌를 한 종족은 멸망시킨다는 규정이다.

명분은 전쟁 재발을 막고자 지각력을 입증하지 못한 종족을 도태시킨다는 것이지만, 사실 약자를 희생시킴으로써 강자 간 결속을 도모하는 잔인한 방식이다.

99회 가요제까지 지구인은 희생되지 않았다. 그런데 100회차를 맞은 대회에는 왕년의 밴드 ‘앱솔루트 제로스’가 지구 대표로 외계인에 의해 지목된다. 밴드 리더인 데시벨 존스의 어깨에 인류의 명운이 걸렸다.

외계 고등생물들은 지구인이 못 생기고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존스는 지구인이 우주에서 존속할 만큼 지각력 있는 존재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소설은 SF 문학상 중 최고 권위로 평가받는 휴고상 최종 후보작에 지난해 올랐다. 메이저 영화사인 유니버설 픽처스가 영화로 만들기로 했고, ‘라라랜드’ 제작진이 참여한다.

1979년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난 발렌티는 2004년 장편 ‘미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팔림프세스트’로 람다 문학상을 받았고 네뷸러상 후보에 올랐다. 이밖에 영 어덜트 판타지 시리즈인 ‘페어리랜드’로 로커스상과 안드레 노턴상을 받았다.

황금가지. 428쪽. 1만5000원.

▲ 수렁 속에서도 별은 보인다 = 강준만 지음.

우리 인간은 ‘꿈 너머 꿈’이 없인 살 수 없는 ‘꿈꾸는 존재’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나는 밤에 꿈꾸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꿈꾼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 꿈을 꾼다”고 했다. 수렁 속에서도 별이 보인다는 말처럼 우리는 희망과 관용, 연대의 힘이라는 별을 보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도 찾아 나서야 한다.

인간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현인들이 삶의 풍경을 지나면서 떠오르는 문장을 간결하게 적어놓은 아포리즘(명언)은 인간에 대한 독학과 깨우침의 길을 열어주는 훌륭한 선생이다. 저자는 한 줄, 한 줄 명문장을 통해 우리를 사색하게 한다.

예컨대 베르트랑 베르줄리는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을 종종 고통이 부재하는 상태로 상상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 정반대다. 견뎌낸다는 의미로,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고 가르쳤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나 할까.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 ‘천사는 자신을 가볍게 하기 때문에 날 수 있다’ 등도 되새겨볼 만하다.

인물과사상사. 316쪽. 1만5000원.

▲ 스토아적으로 살아갑니다 = 조지 브래들리 지음. 김은경 옮김.

누구나 훌륭한 사람, 더 나은 인간, 행복한 삶을 바란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로 삼았던 스토아 철학이 현대인에게도 실용적인 개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철학에 근거해 오직 우리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내면’과 ‘마음’, 그리고 ‘정신’이라는 얘기다.

스토아 철학은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고통에서 벗어날 다른 장소가 아니라 당신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적인 요소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감각이라고 믿었던 것. 책은 주로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철학자의 생각과 글을 기반으로 스토아적 삶의 방식을 전한다.

다음은 스토아적 삶을 이끄는 말 중 일부다. “통제할 수 있는(통제해야만 하는) 한 가지는 오직 자기 자신이다.” “죽음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진정한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을 때 당신의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일 뿐이다.”

프롬북스. 224쪽. 1만4000원.

▲ 오우아(吾友我) = 박수밀 지음.

고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찾은 삶의 지혜를 전한다. 책의 제목이자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의 호인 ‘오우아’는 ‘나는 나를 벗 삼는다’는 의미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품위와 자존감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자존감을 지켜나가기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잃어버린 채 주변의 눈치를 보며 ‘가짜 나’로 살아간다. 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찾고, 남에게 보이는 나를 통해 행복을 얻는 것이다. 이 책은 삶의 길목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잠시 멈춤’을 통해 마음을 살피고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쳐준다.

이덕무를 비롯해 박제가, 박지원, 이용후 등 조선시대 학자들은 삶이 불안할수록 ‘나’에 주목했다. 습관, 태도, 늙어감, 욕심, 관계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사유하면서 ‘나답게 사는 법’을 고민했다. 저자는 이들의 마음공부 중 50가지의 명문을 선별해 그 진수를 맛보게 한다.

메가스터디북스. 300쪽. 1만5000원.

▲ 우아한 방어 = 맷 릭텔 지음, 홍경탁 옮김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 맷 릭텔이 쓴 ‘우아한 방어(원제 An Elegant Defence: The Extraordinary New Science of the Immune System - A tale in Four Lives·북라이프)’는 20세기 이후 연구의 급진전으로 속속 드러난 인간 면역계의 놀라운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솜씨 있게 엮은 책이다.

책 제목은 면역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면역계가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 암 등을 물리치는 과정은 전쟁에 비유하기 쉽지만, 저자는 이는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몸은 원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파티이자 축제의 장이며, 우연히 나타난 온갖 생명체가 함께 흘러들어온다.

면역계가 하는 일은 혹시 말썽꾼이 나타나지 않을까 주시하며 순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좀도둑이나 강도, 테러리스트, 그밖에 정체 모를 괴한 등 우리 몸에 해가 되는 것들이 발견되면 최대한 다른 세포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그 악의 무리를 몰아낸다. 적군이라고 해서 화력을 잘못 쏟아붓다가는 자신의 조직이 다치기도 하거니와 장에 사는 수십억 마리의 박테리아처럼 우리 몸에는 함께 살아야 할 우군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그 무엇보다 화합을 바라는 평화유지군’이라고 면역계를 규정한다.

책은 1950~60년대 생쥐 실험을 통해 면역 일선에서 장군과 병사의 역할을 하는 T세포와 B세포의 존재가 밝혀진 이래 현대 면역학이 이룬 성과들을 재미있고 전문성 있게 설명한다. 틈틈이 기념비적 연구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과 그들이 쓴 의학 논문, 보고서를 요약해 소개한다.

당연히 비전문가로서는 소화하기 벅찬 내용이 시시때때로 등장한다. 그때마다 저자는 “이 정도 수준의 지식만 있다면 면역학 학사 학위 정도는 받을 수 있다”거나 “힘을 내자…어렵지만”이라고 격려하며 독자들을 끌고 간다.

저자는 자크 밀러, 맥스 쿠퍼, 도네가와 스스무, 피터 메더워, 레이 오언, 피터 도허티 등 탁월한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와 이를 가능케 한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면역학의 발전 과정을 안내한다. 그리고 면역계가 1선뿐만 아니라 2선의 방어체계도 구축하고 있으며 다수의 중복되는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설명한다. 우리 몸에 위협이 되는 침입군의 다양한 성격을 생각한다면 2중, 3중의 방어망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에 들어온 것이 물리쳐야 할 병원균인지, 아니면 방금 삼킨 바나나처럼 무사통과 대상인지를 가리는 ‘톨 유사수용체’의 존재 등 비교적 최신의 연구 성과도 알려준다.

인류가 ‘집단지성’을 동원해 만들어온 바람직한 생활습관이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미국 아미시파와 후터파의 생활 방식을 비교한 대목도 흥미롭다. 아미시파와 후터파는 종교적인 이유로 대대손손 고립된 생활을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아미시파가 전통적인 농법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후터파는 고도로 산업화한 공동체 농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연구 결과 아미시파의 집은 고양이나 개, 집먼지, 진드기, 바퀴벌레 등 항원투성이였으나 이곳 사람들의 면역력은 더 강했다. 아미시파의 아이들은 거의 알레르기가 없었다. 이는 ‘너무 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 알레르기성 질환이 늘어나고 면역력은 더욱 약해졌다는 속설과 일치한다.

저자는 이처럼 면역에 관한 상당히 전문적인 배경 설명에 이어 면역학의 발전에 크게 좌우된 네 사람의 인생 궤적을 추적한다. 그 중 저자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 고교 농구부 스타 출신 제이슨 그린스타인은 2010년 호지킨병 진단을 받았다. 면역세포가 모여있는 림프종에 악성종양, 즉 암이 생기는 병이다. 위에 나오는 B세포들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악성종양이 된다. 병원균에 맞서야 할 군대가 오히려 ‘반란군’이 된 셈이다.

암세포뿐 아니라 신체까지 파괴하는 화학요법에도 차도가 없었던 제이슨은 기존 면역기능을 파괴하고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새 치료법을 적용받게 된다. 그러고도 재발 우려가 높은 것으로 예상되자 그는 브렌툭시맙이라는 신약 임상시험에 지원하기로 한다. 호지킨병이 있는 B세포가 발현하는 항원을 찾아 공격하는 약이다. 이런 노력은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대로 두었다면 몇 달밖에 살지 못했을 제이슨은 브렌툭시맙 복용 이후 상태가 호전됐고 2년 뒤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모진 암은 재발했고 제이슨은 끔찍한 화학요법을 다시 받지 않으면 여섯달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게 된다. 제이슨은 포기와 치료 결심을 반복하다 최신 면역치료제 니볼루맙에 마지막 희망을 걸기로 한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종양이 사라진 것이다.

제이슨은 “의사로부터 살아날 확률은 1200만분의 1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저자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몇 달 뒤 눈을 치우느라 다친 허리의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을 찾은 그는 재발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로 마지막이었다. 제이슨은 처음 호지킨병으로 진단받은 지 5년이 되는 2015년 여자친구와 저자, 저자의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밥 호프는 워싱턴의 변호사로 “전국 목욕탕이란 목욕탕은 다 찾아다녔다”고 할 정도로 난잡한 성생활에 탐닉하던 동성애자였다. 밥은 1984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진단을 받았다. 당시에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밥의 성행위 상대 등 수많은 친구가 먼저 저세상으로 떠났지만, 그는 지금껏 살아있다. 의사들은 밥처럼 HIV를 통제할 수 있는 환자들을 ‘엘리트 통제자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들의 생존 이유를 규명하게 되면 에이즈 극복의 단서를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밥이 앓았던 에이즈는 HIV가 T세포를 공격해 사멸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병원균과 싸우는 군대인 T세포 가운데는 ‘장군’ 역할의 CD4와 ‘병사’ 역할의 CD8 세포가 있는데 HIV는 영악하게도 CD4만 공격한다. 장수를 잃은 병사들이 아무 쓸모 없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저자의 주장대로 어려운 대목이 나오더라도 참고 고비를 견뎌 끝까지 읽어내면 ‘면역학’ 학사 학위에 필적하는 지식을 얻게 될 수 있을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건너뛰더라도 자기 몸을 파괴하는 면역 질환과 싸우는 환자들의 고군분투와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기쁘게 마무리되는 그들의 인생 이야기, 또 저자가 ‘아르고 원정대’라고 부른 면역학 연구의 선도자들이 진실을 찾기 위해 거쳐 간 여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흥미롭다.

북라이프. 504쪽. 2만원.

▲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 고형렬 지음

등단 40년을 맞은 고형렬 시인이 5년 만에 펴내는 열한 번째 시집이다.

유심작품상을 받은 ‘어디서 사슴의 눈도 늙어가나’를 비롯한 98편의 시를 4부로 나눠 실었다.

삶의 허무와 회의감을 노래하면서도 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성찰의 태도를 보인다. 공들여 조탁한 시어와 개성적 운율이 몰입감을 높인다.

‘내일 살아 있는 시인이 죽으면/ 살아 있던 시인의 시는 죽은 시인의 강설로 돌아올 것이다/ 시는 시인의 끝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그들의 손에서 풀 냄새가 난다/ 시인이 죽어서 자신의 시를 볼 수 없을 때 시는 옷을 입는다/ 시는 혼자서 아름다워진다’ (시 ‘죽은 시인의 옷’ 일부)

1954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고형렬은 1979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대청봉 수박밭’, ‘밤 미시령’,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등과 산문 ‘고형렬 에세이 장자’ 등이 있다.

창비. 204쪽. 9000원.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은희경 지음

등단한 지 25년이 된 은희경이 13년 전에 낸 소설집을 새롭게 재단장해 펴냈다. 출판사 측은 ‘리마스터판’이라고 부른다.

기존에 실린 중단편들을 작가가 직접 새로 수정하고 작품 순서도 재배치해 분위기를 바꿔봤다.

황순원문학상 후보작이었던 표제작을 비롯해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까지 6편이 실렸다.

은희경만의 예술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문체가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묘하게 줄타기하는 독특한 서사 구조와 어우러진다.

창비. 304쪽. 1만4000원.

▲ 장녀 = 황의건 지음

소설 제목은 맏딸을 뜻하는 동시에 간장을 담그는 여인이라는 중의적 설정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세 자매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에게 양가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은 시골 장터에서 재래 메주를 발견하고 불현듯 장을 집에서 담그기로 한다.

소금물이 메주를 만나 간장으로 발효하듯, 장이 익어가는 동안 결핍과 고독에 상처받았던 주인공의 마음도 조금씩 치유되고 성숙해간다.

브랜드 컨설턴트이자 남성복 패션 칼럼니스트인 황의건이 펴낸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 출간과 비슷한 시기에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영화음악 감독 남수진이 유튜브를 통해 ‘장녀’를 테마로 한 음원을 공개할 예정이다.

예미. 148쪽. 1만4000원.

▲ 고양이에 대하여 =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쓴 고양이 이야기다.

2007년 수상자인 영국 거장 도리스 레싱(1919~2013)의 에세이집으로, 1967년과 1989년, 2000년에 발표했던 고양이에 관한 글을 한 권으로 엮었다.

그의 소설에서 보이는 특유의 치열함 대신 온기와 편안함이 느껴진다.

레싱은 사회 모순을 날카롭고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가인데도 고양이를 보는 눈은 따스하다. 물론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고양이들을 지켜보지만,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민을 드러낸다.

고양이에 관한 레싱의 첫 기억은 잔혹한 상처다. 유년기에 그의 부친은 빠르게 번식하는 고양이들을 몰아놓고 총을 쏜다. 이때 받은 충격으로 레싱은 15년 동안 고양이를 기르지 못했다고 한다.

1989년의 레싱은 여러 고양이와 함께 지내며 일상의 기쁨을 나눈다. 80대에 접어들어 유럽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올라선 2000년에는 늙은 고양이와 동거하며 노년의 불안감을 함께 달랬다.

레싱은 계층·성별·인종 간 갈등과 환경 문제 등을 다루며 편견과 위선을 고발한 작가다. 어린 시절엔 이란, 아프리카 등에서 살았고 두 차례 이혼했으며, 좌파 공산주의자였다.

대표작은 ‘금색 공책’, ‘폭력의 아이들’, ‘생존자의 회고록’,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다섯째 아이’ 등이다. 노벨상 외에 서머싯몸상, 메디치상, 유럽문학상, 셰익스피어상, 데이비드코언상 등을 받았다. 

비채. 276쪽. 1만3800원.

▲ 내 인생은 열린 책 =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미국 단편소설 문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루시아 벌린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사연 많고 험난하며 부침이 심했던 벌린의 인생 역정이 녹아든 자전적 단편 22편이 실렸다.

미국 남서부 국경을 넘나들며 살았던 경험, 세 차례나 실패한 결혼, 홀로 네 아들을 양육하는 어머니로 겪었던 고생, 장애와 알코올 중독이 주는 상실감 등이 허구와 엮여 애잔하게 울려 퍼진다.

실제 인생이 곡절 많았던 만큼 소설 속 묘사와 서사는 더 생생하다. 슬픔과 고통이 배가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벌린은 아이들을 양육하느라 여러 가지 힘든 일을 하며 밤에는 글을 썼다. 2004년 암으로 사망한 그는 평생 단편소설 77편을 발표했다.

영화감독 박찬욱과 페드로 알모도바르, 소설가 구병모가 이 책을 추천했다. 

웅진지식하우스. 376쪽. 1만5000원.

▲ 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 = 김진송 지음

근현대사 연구자이자 목수이면서 때로는 소설을 써온 김진송의 첫 소설집.

중편 분량의 ‘서울 사람들이 죄다 미쳐버렸다는 소문이…’를 비롯해 모두 10편의 소설을 담았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태도로 인간과 사물을 여러 면에서 바라보고 헤집는다.

김진송은 역사를 주제로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와 ‘가부루의 신화’ 등을 펴냈고, 장편소설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 ‘인간과 사물의 기원’을 썼다. ‘목수 김씨’ 전시회를 열 차례 열었으며, 목공 관련 서적도 여러 권 냈다.

난다. 352쪽. 1만5000원.

▲ 감염의 전장에서 =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구촌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너무나 작아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앞에서 세계 최강 미국조차 안절부절 속수무책이다. 연일 사망자가 급증해 6월 1일쯤엔 미국의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무렵에는 어땠을까? 그때는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당시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천적은 작은 미생물인 세균이었다. 현대에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세균 감염병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이렇다 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갔다.

이런 상황은 전쟁터에서 특히 심각했다. 1차 세계대전 기간에 상처 감염으로 죽은 병사들은 적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병사들보다 많았다. 그때의 세균의 역할을 지금 이 시대에 바이러스가 맡고 있다고 할까? 

의료 역사서 ‘감염의 전장에서’를 쓴 미국의 토머스 헤이거는 “우리 부모 세대는 연쇄구균 인두염, 베인 상처 감염, 성홍열, 수막염, 폐렴 등 수많은 감염병으로 목숨을 잃었으나 나와 학교 친구들이 살아남은 것은 항생제 덕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면서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게르하르트 도마크(1895~1964)는 의대에 다니다가 독일군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병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았다. 전쟁 동안 수많은 부상병과 수술 장면을 목격한 도마크는 심술궂고 비겁하게 인간을 살해하는 이 지독한 천적의 파멸적 광기에 맞서겠노라고 결연히 다짐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 도마크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책은 단순히 도마크의 행적만을 따라가지 않는다. 세균 감염이 당시 과학자와 의학자들에게 어떤 위협이었는지, 독일·영국·미국·프랑스 등의 거대 제약회사가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차근차근 들려준다.

연쇄구균이 일으키는 다양한 세균 감염에서 설파제는 놀라운 효능을 발휘했다. 기적의 약물인 설파제가 보급되면서 산욕열로 인한 산모 사망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 이전까지 산욕열은 출산 산모들의 치명적 위협이었는데, 피해가 심한 해에는 산모 네 명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였다.

설파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의사와 병원의 역할도 바꿔놨다. 1930년대만 해도 대다수 의료 행위가 환자의 집에서 행해졌으나, 항생제 덕분에 병원이 한결 안전한 곳이 돼 종전의 왕진 제도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제 분만의 대부분은 집이 아닌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의사의 위상도 전에 없이 높아졌다.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균의 위협을 설파제의 발명·보급으로 극복했듯이 현재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도 새로운 항생제 발명을 통해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기적이 조만간 우리 앞에서 펼쳐질 것이다. 세상사는 결국 산 넘어 산, 즉 도전과 극복의 연속적 드라마가 아니던가.

이와 관련해 저자의 다음 언급은 향후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설파제는 항생제 시대를 열었으며, 우리가 아는 현대 의학의 토대를 놓았다. 1930년대 중엽에 세계무대에 등장해 엄청난 흥분을 자아내고는 고작 10년 뒤 사라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동아시아. 472쪽. 2만2000원.

▲ 고양이라서 행복해 = 미리암 프레슬러 글.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그림. 고영아 옮김.

고양이 키티가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지혜를 하나씩 배우며 커가는 성장 소설이다.

환생이 가능하다면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세계적 작가 프레슬러의 장편으로,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키티는 요양원으로 들어간 할머니와 헤어져 길고양이가 되고, 외로움과 굶주림에 시달린다. 하지만 고난을 통해 배우고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며 겁 많고 약한 어린 고양이에서 용감하고 당당한 어른 고양이로 성장해 간다.

특히 행복한 시간은 아쉽더라도 영원히 지속할 수 없고, 살다 보면 운이 나쁜 경우도 있지만, 원하지 않았던 변화가 좋은 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로 ‘독립성’을 든다. 고양이의 독립성은 자기중심적이지만 이기적이기보다는 자유로움을 의미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프레슬러는 ‘제2의 루이제 린저’로 불리며 독일어 문학권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힌다. 주요 작품은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씁쓸한 초콜릿’,’나단과 그의 아이들’ 등이 있다.

책담. 232쪽. 1만3000원.   

▲ 두려울 것 없는 녀석들 = 바네사 발더 글. 바바라 코투에스 그림. 정유진 옮김.

부제는 ‘수상한 장애기숙학교에 갇히다’이다.

장애인은 무능하지도 않지만 모두 착하지도 않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성장 소설이다.

장애인을 우울하거나 슬프게 그리지 않고 각자 특별한 개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들로 묘사한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수학천재 소녀,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지만 단번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능력을 갖춘 소년, 천사 같은 외모의 시각장애인이지만 강하고 거칠 것 없는 성격을 가진 반전 소녀 등이 등장한다.

처음엔 서로를 루저로 여기지만 서로를 알아가며 연대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한울림스페셜. 312쪽. 1만3500원.

▲ 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 조앤 바우어 지음. 김선희 옮김. 정지혜 그림.

2001년 뉴베리 아너상과 크리스토퍼 상을 받은 수작이다. 미국도서관협회가 최고 청소년 도서로 선정하기도 했다.

선거와 정치 참여를 소재로 한 보기 드문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소도시로 이사 온 한 고교생 소녀가 식당에서 시간제로 일을 하다 또래 요리사와 사랑에 빠지고 선거운동에도 참여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렸다.

자신을 고용한 레스토랑 업주가 부패한 시장에 맞서 선거에 출마하자 소녀는 그를 도우며 정치와 부패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간다.

도토리. 304쪽. 1만3800원.

▲ 시간 전달자 = 이상권 지음.

환경부 우수환경도서로 뽑힌 청소년 소설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를 수정하고 보완해 새롭게 출간했다.

숲을 개발하려는 어른들과 지키려는 아이들이 첨예하게 충돌한다. 현재 얻으려는 개발 이익과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 보전이라는 가치가 맞부딪친다.

작가가 어린 시절 직접 겪은 동네 산불 사건을 떠올리며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환경 보호라는 메시지에 시간 전달자라는 신비한 요소를 결합해 흥미를 더했다.

이상권은 ‘아름다운 수탉’, ‘새 박사 원병오 이야기’,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가 중학교 국어, 도덕 교과서에 수록된 청소년 문학 작가다.

특별한서재. 208쪽. 1만2000원.

▲ 포스트 코로나 = 임승규·장두석·양석재·조관자·김재헌·유필립·박남기 지음.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미래 대비 태도 등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전의 바이러스 사태가 큰 후유증 없이 그냥 스쳐 간 것과 달리 이번 위기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급진적일 수 있는 변화에 대비하라고 충고한다. 이들 저자는 국제경제, 국내경제, 부동산, 사회, 의료, 정치사회, 교육 등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가 어떻게 재편될지 그리고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차례로 살핀다.

한빛비즈. 360쪽. 1만8000원.

▲ 석세스 에이징 =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노화가 진행된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과 지능은 감퇴하고 사회경제적으로 퇴보한다는 사회적 믿음대로 늙는다는 게 정말 불행하기만 할 일일까?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이번 책에서 노화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오해를 뒤집는다.

저자는 60세 이상이 유아기나 청소년기와 마찬가지로 독특한 발달 단계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생 3막’인 노년기를 계획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노년기를 인생의 정점으로 만드는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코치(COACH) 원칙’. 이는 호기심(Curiosity), 개방성(Openness), 관계성(Associations), 성실성(Conscientiousness), 건강한 습관(Healthy practices) 등 다섯 요소를 이른다.

와이즈베리. 652쪽. 2만3000원.

▲ 그리스 로마 신화,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 지음. 안성찬 옮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 문화의 근원이자 세계와 인간 이해의 출발점이다. 아도니스, 아모르, 나르시스, 카산드라, 아킬레스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렇듯 우리의 일상 언어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많은 표현들이 스며들어 있다.

고대 신화는 어떻게 우리 일상 언어에 들어오게 된 것일까? 그 배후에는 어떤 의미들이 숨겨져 있는 걸까? 그리고 신화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책은 풍부한 시각 자료와 통찰력 있는 신화가 곁들여진 50가지 강의를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의 맥을 잡아준다.

이화북스. 448쪽. 1만6500원.

▲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 천종호 지음.

‘호통 판사’, 소년범들의 대부로 불리는 부산지방법원 천종호 판사가 법과 정의, 선의 관계를 조명한다.

저자는 오늘날 정의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의 미덕이 사라진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독교 영역인 선이 오늘날 윤리와 정치, 법의 영역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고,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삶과 공동체의 모습을 제시한다.

천 판사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나를 중심으로 쳐놓은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기꺼이 사랑의 책무를 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의의 공동체를 넘어 예수가 자신을 희생하며 일군 사랑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7년 부산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고법, 창원지법. 부산가정법원 등을 거쳐 현재 부산지법 부장판사로 있다.

환경재단의 ‘2014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로 선정되는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올해는 옥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두란노. 292쪽. 1만6000원.

▲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 = 이중표 지음.

불교계 석학으로 꼽히는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과 이를 체득할 수 있는 수행법인 ‘9차 제정(九次第定)’의 핵심을 소개한다. 연기법은 ‘모든 존재는 상호 의존하고 있으며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붓다는 이런 깨달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얻은 게 아니라 철저한 수행을 통해 결과물로 만들어냈다.

50여년을 불교 연구에 매달려온 저자는 연기법은 무엇이고, 4성제와 8정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를 체득하는 수행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를 상세히 알려준다. 불교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필독서로 볼 수 있다.

2015년 전남대학교 출판부에서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이번에 불광출판사가 다시 펴냈다.

불광출판사. 384쪽. 2만원.

▲ 마음이 웃다 = 그레고리 얀츠 지음. 정성묵 옮김.

정신 건강 전문가이자 미국 내 10대 우울증 치료기관으로 선정된 ‘더 센터 : 희망의 처소(The Center : A place of Hope)의 설립자 그레고리 얀츠가 새로운 우울증 치료법을 안내한다.

그는 우울증의 배경으로 육체적, 정신적, 관계적, 영적 원인을 살펴보고, 우울증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방법과 활동, 생활 습관 변화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스스로 우울증에 빠졌다가 회복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에 한층 더 다가설 수 있는 이유다. 30여권의 책을 낸 작가로,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분노 조절하기’ 등이 있다.

두란노. 312쪽. 1만7000원.

▲ 성 인권으로 한 걸음 = 엄주하 지음.

‘n번방 사건’ 등 충격적 성범죄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근본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25년 경력의 초등학교 보건교사인 저자는 이 문제의 바탕에는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라는 현실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성범죄들이 증명하듯 한국의 성교육은 지금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성교육의 현실과 성 인식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성 인권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자신이 성교육을 해오며 경험했던 실제 사례들과 그 속에서 느낀 점, 부모와 교사들에 대한 제안, 성 인권교육의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풀어놓는다. 초점은 ‘피해자가 되지 않기’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지 않기’다. 성폭력을 ‘당하지 말라’ 대신 ‘하지 말라’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을유문화사. 364쪽. 1만4000원.

▲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 롭 던 지음. 홍주연 옮김.

집은 우리가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보금자리다. 집이 담고 있는 의미도 다양하고 깊다. 이 책은 집 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의미인 생태계에 주목한다. 집이란 우리 인간만의 거주 공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물이 내밀하게 공존하는 장소다.

미국 생물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사는 집에 함께 사는 생물들을 소개하고, 창틀에서 샤워기에 이르기까지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나간다. 그의 안내를 따라가노라면, 집에는 수많은 곤충은 물론이고,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곰팡이 등 야생의 세계가 동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까치. 368쪽. 1만7000원.

▲ 과학이라는 발명 = 데이비드 우튼 지음. 정태훈 옮김.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부터, 어떻게 과학의 시대가 도래했을까? 영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근대 과학을 지적·문화적으로 탄생시킨 과학혁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사학자들은 17세기 과학혁명의 신화를 해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고대로부터 ‘과학’적인 활동이 존재해왔으며 ‘혁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연속적이고 상대주의적인 견해가 기본적으로 잘못된 개념과 오해에서 비롯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그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근대 과학은 튀코 브라헤가 신성을 관찰한 1572년과 뉴턴이 ‘광학’을 출간했던 1704년 사이에 ‘발명’됐다고 밝힌다. 저자는 방대한 문헌을 바탕으로 1572년과 1704년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탐색해나간다.

김영사. 1016쪽. 4만3000원.

▲ 현대인족 = 존 리 지음. 임수진 옮김.

글로벌리즘 시대인 오늘날,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긋고 인종적 차이를 주장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국방력 강화, 국경의 재건,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시발점으로 의료방역을 중심으로 한 국가중심적 경계 짓기의 부활을 경험하며, ‘인간집단’ 경계는 어떻게 규정되고 개인과 집단에 공유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질문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인식론적, 경험적 구축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현대인들이 경험하거나 교육받은 ‘우리’가 대체 무엇인지 반추하게 한다. 그리고 종족, 민족, 인종 등의 개념이 어떻게 구축되고 대중화했는지 설명하며 현대의 ‘사회’적 뿌리를 추적해간다.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두 살 때까지 한국에 살다가 일본, 하와이, 미국 등을 전전해온 저자는 현재 미국 UC버클리 사회학과의 석좌교수로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소명출판. 632쪽. 2만7000원.

▲ 욕망을 파는 집 =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간절하게 원했던 물건을 적당한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가게가 있다면?

미스터리 스릴러 거장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 ‘욕망을 파는 집’(원제 Needful Things)은 이런 상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지난 1992년 ‘캐슬록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됐던 작품을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새로운 제목과 번역, 장정으로 단장해 내놓았다. 전문 번역가 이은선이 옮겼고 모두 2권이다.

미국 동부에 있는 가상 도시인 캐슬록을 무대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일들이 그려진다. 캐슬록은 킹의 초기 작품에서 여러 차례 공간적 배경으로 나오는 소도시로, 이 작품은 캐슬록을 배경으로 한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부제도 ‘마지막 캐슬록 이야기’이다.

이 작은 도시에 새로 문을 연 가게 ‘니드풀 싱스’는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소망해온 물건을 판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추억이 깃든 낚싯대, 관절염의 고통을 없애주는 부적 목걸이 등이다. 점잖게 생긴 노신사 가게 주인은 고객들이 말하기도 전에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물건을 보여주며 작은 거래를 제시한다.

주인이 꺼내 놓은 물건에 집착이 생긴 사람들은 모두가 제의를 거절하지 못한다. 가게 주인은 인간 욕망의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욕망의 크기가 커질수록 주인이 요구하는 조건도 함께 커진다는 것이다. 처음엔 작은 장난을 해달라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더 큰 폭력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발전한다.

사람들은 사적 욕망에 눈이 멀어 남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한다. 주먹다짐과 칼부림이 난무하고 마을은 지옥도로 변해간다. 가게 주인의 정체는 뭘까?
‘공포의 제왕’으로 불리는 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대중 소설가로 평가받는다. 1974년 장편 ‘캐리’로 이름을 알린 이래 30여년간 500여편의 작품을 발표해 3억부 이상을 판매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영화로 제작됐다. ‘캐리’, ‘샤이닝’,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등은 영화로도 성공했다.

엘릭시르. 512쪽. 1만6800원

▲ 들개를 위한 변론 = 우재욱 지음

야생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이 돼 인간 곁으로 다가온 동물이 개였다. 인간은 여느 동물과 다른 애정으로 개와 교감해왔다.

그런 개들이 인간에 의해 무책임하게 내버려졌다가 다시 붙잡혀 처절한 죽음을 맞고 있다. 주인 없는 개는 사람들에게서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측은함보다는 거부감, 공포감, 불결함을 이유로 멀리하려 한다.

지금 우리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하지만 한 해에 10만여 마리가 들개로 전락한다. ‘반려동물’이라기보다 ‘애완동물’로 살아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들개로 버려지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역장으로 일하는 우재욱 씨는 이런 들개들을 변론하고 나섰다. 신간 ‘들개를 위한 변론’을 통해서다. 오래전부터 야생동물 관찰에 관심이 깊었던 우씨는 들개가 떼 지어 다니며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기사를 접하고서 북한산을 중심으로 들개를 찾아다녔다.

기사에서처럼 들개가 정말 위험한 동물일까? 들개에게 정말 위험한 대상은 우리 인간이 아닐까? 인간과 들개가 공존·교감하며 사는 방법은 없는가?

다른 나라의 들개는 대부분 인간 거주지 주변에서 그런대로 안전하게 사는 동네개다. 하지만 우리나라 들개는 산으로 내쫓겨 불안하게 살아간다. 유기견들이 산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주인 없이 떠도는 개는 사람들의 표적이 돼 보신탕 감이 될 위험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들개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주인으로부터 그저 내버려지기 때문이다. 개를 단순한 기호품 정도로 여긴 나머지 싫증이 나거나 귀찮다 싶으면 쉽게 유기하고 만다.

저자는 유기견 문제를 막으려면 쉽게 키우고 쉽게 버리는 행위를 제재하는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 개를 키워야 하며, 그 결심에는 개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세금과 보호금)을 부담한다는 마음가짐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들개를 위한 우씨의 최후 변론.

“들개는 원래 인간의 거주지 근처에서 사는 동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이 두려워 산으로 피신했다. 그런데 산속까지 쫓아가 들개를 죽이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실제로 위해를 가하지 않는데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들개를 포획해 가혹한 일을 저지른다. 들개는 사실 별로 위험하지 않다. 세상의 모든 들개들이 생명체로서 존중받기를 기원한다.”

지성사. 288쪽. 2만3000원.

▲ 릴리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 김우남 지음

매춘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행위다.

대부분 경우 많은 나라에서 가난과 소외에서 벗어나고자 성매매를 한다. 베네수엘라처럼 괜찮은 국민 소득을 유지하다가 급격히 망가진 나라들에선 생계형 매춘 행위가 급증했다는 뉴스가 새롭지 않다. 특히 보호막이 없는 십 대 청소년들의 경우 성매매 위협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김우남이 쓴 이 소설의 주인공 릴리도 부모를 잃고 험한 세상을 어린 동생과 둘이서 살아나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소녀가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몸’이 유일하다.

저자는 이처럼 음지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약자라는 시각에서 집창촌 문제를 다룬다. 릴리가 쓰는 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과 어두운 면을 가능한 한 진실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애쓴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김우남은 2001년 단편소설 ‘거짓말’로 실천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굿바이, 굿바이’, ‘뻐꾸기 날리다’가 있다. 직지소설문학상, 노아중편문학상, 이화문학푸른상을 받았다.

문예출판사. 308쪽. 1만4000원.

▲ 아버지의 나라는 없었다 = 박명아 지음

독립군 장군의 딸이 일본인 현지처로 살아왔던 삶을 담담한 어조로 털어놓는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 박명아의 선친은 조선혁명군 총사령관을 지낸 양세봉과 김원봉, 김구 등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고, 해방 직전 중국 국민군 소장으로 사단장을 지냈다. 해방 후에는 반민특위 탐정위원장으로 일했지만, 특위 활동이 졸속으로 끝나면서 분노 속에 야인의 삶을 살았다.

이런 이유로 가난과 아버지의 분노 속에 고단한 삶을 살았던 작가는 탈출을 위해 이른 나이에 결혼하지만, 남편은 고문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

결국 고급 요정에 취직했던 그는 아버지 또래 일본인 기업가를 만나 이른바 ‘현지처’가 되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운다.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도 순간순간 파도에 맞섰던 한 여인의 고백이 소설 속에서 굽이친다.

박명아는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어 50대에 뒤늦게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 대학원까지 마쳤다고 한다.

다락방. 416쪽. 1만6000원.

▲ 고래 2020 = 강은교·김형영·윤후명·정희성 지음

‘70년대_고래동인’의 시 66편을 실었다.

이제 시단의 원로가 된 강은교, 김형영, 윤후명, 정희성 시인이 참여했다.

강은교는 ‘손톱꽃’, ‘시든 양파를 위한 찬미가’ 등 17편을, 김형영은 ‘화살시편’ 시리즈를 비롯해 15편을, 윤후명은 ‘갯메꽃 피는 바닷가’, ‘엉겅퀴꽃 가시’ 등 18편을, 정희성은 ‘2019년’, ‘채근요’ 등 16편을 수록했다.

1967년에서 1970년 사이에 등단한 이들 시인의 곰삭은 시어와 삶을 읽어내는 관조적 지혜가 네 가지 색으로 반짝인다.

문학나무. 128쪽. 1만원.

▲ 죄와 벌 1·2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린 고전이다.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소냐의 이야기를 통해 이념과 관념의 한계, 진정한 사랑과 구원을 말한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8번째 시리즈다. 

문학동네. 1권 440쪽. 2권 476쪽. 각 권 1만3500원.

▲ 철도원 삼대 = 황석영 지음

실천·민중 문학 계열에서 주요 작가로 꼽히는 황석영(77)이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들고 돌아온다.

도서출판 창비는 황석영 소설 ‘철도원 삼대’를 다음 달 1일 공식 출간한다고 22일 밝혔다.

부커상 후보작이었던 ‘해질 무렵’을 지난 2015년 출간한 이래 약 5년 만에 나온 신작 소설이다. 2017년 자전 소설 ‘수인’(囚人)을 출간했지만, 자전적 에세이 성격에 가까웠던 작품이었다.

황석영은 ‘철도원 삼대’를 구상하기 시작해 집필을 완료하는 데까지 무려 30년이 걸린 필생의 역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창비에 따르면 소설은 원고지 2000매가 넘는 대작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전후를 지나 21세기까지 이어진 100년 우리 근현대사에 담긴 노동조합과 민중 이야기라고 한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본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노동자의 삶을 문학적으로 구현했다고 창비 측은 설명했다.

황석영은 작가의 말에서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면서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비워진 부분에 채워 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황석영은 공식 출간에 앞서 오는 28일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작 출간 의의와 사연 등을 전할 예정이다.

앞서 황석영은 지난주 도서출판 문학동네를 통해 중단편 대표작 전집을 펴내는 등 순수 문인으로서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난 황석영은 신경림, 염무웅 등과 함께 1974년 진보좌파 계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을 주도하고 ‘실천 문학’ 운동을 이끌어왔다. 이 협의회는 이후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로 발전했다.

황석영은 시인 고은 등과 함께 줄곧 문단의 주류로 활동해왔다. 광주 5·18 기록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발간하고 1989년엔 방북을 강행하는 등 문학 활동 외에 정치적 행보도 병행했다. 최근에는 시인 안도현 등과 함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기도 했다.

창비. 344쪽. 2만원

▲ 문도선행록 = 김미루 지음.

사진작가이자 행위예술가, 화가인 저자가 3년간 세계 사막을 유랑한 기록을 담았다.

아프리카 사하라, 몽골 고비, 인도 타르, 요르단 아라비아 사막 등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저자는 각 사막에 사는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들의 일상을 재현한다.

사막 여행기이자 사막의 삶을 재현하는 자신만의 예술 행위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순례기이다.

제목은 ‘도를 물어 선적으로 걸어간 기록’이라는 뜻이다.

도올 김용옥의 딸인 저자는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통나무. 658쪽. 3만2000원.

▲ 한국 미술: 19세기부터 현재까지 = 샬롯 홀릭 지음. 이연식 옮김.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SOAS)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쓴 한국미술사.  
덴마크 출신인 저자는 런던대에서 일본어와 미술사를 전공한 후 한국미술사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책은 한국 예술가들이 처음 유화를 접한 19세기 말부터 다채로운 창작물을 내놓고 있는 2000년대까지 한국 미술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일제강점기 향토색 논쟁, 해방 직후 수많은 문화예술단체 이합집산, 공산주의 체제 속 북한미술 변화, 1950년대 한국 앵포르멜과 1970년대 단색화까지 한국 미술사의 흐름과 담론을 두루 살펴본다.

재승출판. 380쪽. 3만2000원.

▲ 진환 평전 = 진환기념사업회 엮음.

이쾌대, 이중섭과 동인으로 활동한 화가 진환(1913~1951) 평전으로, 도록과 자료집을 겸해 진환을 재조명한다.

홍익대 미대 초대 교수였던 진환은 6·25전쟁 중 요절한 비운의 화가다. 그의 소 그림은 이중섭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진환은 1941년 도쿄에서 이쾌대, 이중섭 등과 조선신미술사협회를 창립하고 신미술가협회로 개칭해 경성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1951년 1·4후퇴 당시 의용군의 오인 사격으로 38세에 생을 마감했다.

살림. 284쪽. 2만5000원.

▲ 미술로 읽는 지식재산 = 박병욱 지음.

특허와 지적재산 전문가인 저자가 미술 작품을 통해 지식재산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었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에서는 라파엘로의 ‘시스티나 성모’ 그림 속 천사들을 볼 수 있다. 여성 속옷 브랜드 비너스 광고에는 고대 그리스 조각 ‘밀로의 비너스’가 등장한다. ‘모나리자’라는 화장지 브랜드도 있다.

이처럼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미술, 반대로 미술가들이 기존 광고 등을 차용한 작품 등을 통해 지식재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굿플러스북. 336쪽. 1만8000원.

▲ 슈퍼스타 축구기술 = 에이든 레드넷지 지음. 홍재민 옮김.

어린이들을 위한 축구 교과서다. 축구 규칙부터 포지션, 전략, 훈련, 역사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펠레, 마라도나 같은 레전드들의 창의적인 필살기를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토탈사커를 창안한 리누스 미헬스와 같은 감독들의 이야기도 실렸다.

라의눈. 112쪽. 1만7800원.

▲ 개미 요정의 선물 = 신선미 지음.

동양화가 신선미가 지은 두 번째 어린이 책이다. 할머니, 엄마, 아이로 이어지는 삼대의 따스한 사랑을 ‘투명 장옷’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아름다운 동양화가 한국식 판타지와 잘 어우러진다.

창비. 40쪽. 1만4000원.

▲ 딱정벌레 도감 = 옥영관 그림. 강태화 김종현 글.

인간에게 친근한 곤충이자 무수한 종을 자랑하는 딱정벌레를 세밀화와 함께 설명한다.

길앞잡이, 소똥구리, 물방개, 장수풍뎅이, 송장벌레 등 다양한 딱정벌레의 생태와 종류를 알아보자.

보리. 320쪽. 3만5000원.

▲ 월든-숲에서의 일 년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글. 지오반니 만나 그림. 정희성 옮김.

소로의 명작을 쉬운 언어로 옮기고 안데르센 상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름다운 수채화로 장식했다.

19세기 자연주의 철학을 거장 소로의 소박하고도 성찰적인 삶을 바라보며 생각의 깊이를 키운다.

길벗어린이. 40쪽. 1만3000원.

▲ 할머니의 지청구 = 공광규 시. 연수 그림.

할머니의 꾸지람을 들으며 벼를 심고 가꾸고 거두는 벼농사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키우는 아이의 모습을 담아낸 시 그림책이다.

밥 한 그릇에 담긴 땀방울의 의미를 헤아리며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바우솔. 40쪽. 1만2000원.

▲ 바다의 생물, 플라스틱 = 아나 페구·이자베우 밍뇨스 마르칭스 글. 이나현 옮김.

저자는 바다에 침입한 새로운 생물이 있다며 이를 ‘플라스티쿠스 마리티무스’라고 부른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진지하게 다뤘다.

지구의 날 50주년을 기념해 쓴 책으로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살림. 176쪽. 1만3000원.

▲ 어린이날이 사라진다고? = 노수미 글. 영민 그림.

어린이날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운다는 평을 얻으며 제2회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사라질 위기를 맞은 어린이날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어린이들의 모험담을 담은 동화다.

밝은미래. 128쪽. 1만2000원.

▲ 장군이네 떡집 = 김리리 글. 이승현 그림.

20만부가 팔리며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됐던 ‘만복이네 떡집’의 후속작이다.

마음과는 달리 나쁜 말과 행동을 해 심술쟁이, 욕쟁이로 불리는 만복이가 신비한 떡집을 알게 되면서 겪는 변화를 그린 동화다.

세 번째 시리즈 ‘소원 떡집’도 동시에 출간됐다.

비룡소. 84쪽. 9500원.

▲ 101가지 쿨하고 흥미진진한 세계사 이야기 = 스티브 버뎃 지음. 글렌 싱글레톤 그림. 오광일 옮김.

호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쿨 시리즈’ 첫 번째 책을 번역해 소개한다.

코믹한 일러스트와 쉬운 역사 해설을 통해 어린이들이 역사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유아이북스. 208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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