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오지 않는 잠을 부르러 강가로 나가
물도 베개를 베고 잔다는 것을 안다

물이 베고 잠든 베갯머리에는
오종종 모인 마을이 수놓아져 있다

낮에는 그저 강물이나 흘려보내는
심드렁한 마을이었다가
수묵을 치는 어둠이 번지면 기꺼이
뒤척이는 강물의 베개가 되어주는 마을,

물이 베고 잠든 베갯머리에는
무너진 돌탑과 뿌리만 남은 당산나무와
새끼를 친 암소의 울음소리와
깜빡깜빡 잠을 놓치는 가로등과
물머리집 할머니의 불 꺼진 방이 있다

물이 새근새근 잠든 베갯머리에는
강물이 꾸는 꿈을 궁리하다 잠을 놓친 사내가
강가로 나가고 없는 빈집도 한 땀,

물의 베개에 수놓아져 있다

 

 

어둔 날 그대 쉬이 오지 않는 잠을 부르기 위해 금강에 나가본 적 있는지요. 금강 가 미루나무 아래 기대어 가지 사이로 별빛을 올려다본 적 있는지요. 그러다 강가를 서성이며 새벽을 맞이한 적은 있었는지요. 새벽안개를 헤치며 그대가 돌아올 때. 그때도 금강은 너무 평온한 모습으로 깊은 잠에 빠져 흐르고 있었지요. 고요한 금강은 어머니의 손길로 우리들 가슴을 쓰다듬고 흘러갔지요. 그 온기로 이 세상은 다시 새롭게 깨어나지요.

그러나 밤 되면 금강이 그대를 기다린다는 걸 알아야 해요. 어둠 속으로 그대 발자국 소리 다가올 때 금강은 반가운 마음에 달떠 가슴 속으로 낮은 징소리 내며 흐르지요. 서툰 잠의 멧새 날개도 다스리고 물오리들 목도 따뜻하게 감싸주면서. 금강은 그대 기다리다가 그대 발소리에 더 깊이 깨어 흐른다는 걸 알아야 해요. 금강은 강가를 서성이는 그대 발자국 소리로 자장가를 삼지요. 그래서 금강에는 그대의 숱한 불면이 빛으로 반짝이는 것이지요.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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