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옥 남선초 교사

 

옛날 어떤 고을에 아주 훌륭한 훈장님이 계셨는데 명성을 듣고 많은 학생이 배우러 왔다. 훈장님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언제나 ‘누가 소득이를 보았느냐?’라고 물으셨다. 소득이는 서당에 얹혀살며 심부름을 하는 열두 세 살쯤 된 남자아이다. 정확한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떠돌던 아이를 훈장님이 거두어 이름도 지어주셨다.

“오면서 보니까 서당 앞마당을 쓸던데유.”

“서당 앞마당만 쓰는 게 아니고 큰길까지 쓸고 있던데유.”

“그러냐, 알았다. 이제 공부를 시작하자.”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아침마다 훈장님이 소득이에 관해 물어보셨기 때문에, 아이들은 소득이가 무엇을 하는지 항상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소득이는 나이가 어린데도 행동이 남달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눈이 오면 새벽부터 길을 쓸거나 동네 우물을 청소했다. 병든 거지를 간호해 주고, 아픈 사람에게는 약초를 캐다 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왜 훈장님이 아침마다 소득이에 관해 물어보시는지 궁금했다. 또, 남의 집 심부름을 하면서도 늘 웃고, 세상에 부러운 게 없다고 말하는 소득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이들이 공부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서당에 모여 훈장님께 감사함을 전하는 날, 누군가 훈장님께 물었다.

“훈장님,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훈장님께서 그렇게 덕이 높으신 건 책을 많이 읽어서래유, 아니면 훌륭한 스승님 밑에서 배웠기 때문이래유?”

마을 사람들은 훈장님을 덕이 높은 사람이 되게 한 스승이라면 그분은 굉장한 성인이거나 도사일 것으로 생각했다.

“내게는 스승이 아주 많은데 그중에서도 큰 스승이 한 분 계십니다. 제 작은 스승은 책이고, 큰 스승은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았으나 깨우침이 깊은 사람이지요. 시키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하며 그 일하는 것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저의 큰 스승은 저의 집 머슴인 소득이입니다.”

훈장님과 마을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도 소득이는 외딴집에서 홀로 살다 죽어가는 한 노인 곁에서 임종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을의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말없이 하는 소득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훈장님이 아침마다 소득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서 아이들에게 소득이를 본받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동문학가 이가을 선생님의 '큰 스승 소득이'라는 동화의 줄거리이다. 교육학 개념이나 교수법 이론이 아닌데도 이 동화는 교사인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공부를 잘 하지 않더라도 모든 학생에게는 반드시 장점이 하나씩 있다. 그 장점을 어떻게 끌어내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장차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지도해야 하는지, 동화 속 훈장님의 교수법에 감탄하면서 오들도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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