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칼국수 說·說·說>

'한밭' 밀이 많아서 ··· 무던한 충처도 충성 ··· 미군부대 주둔 영향 ···

대전에 유난히 칼국수 식당이 많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設)’이 존재한다.

우선 지리적·풍토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넓고 큰 밭’이라는 대전의 고유지명인 ‘한밭’에 밀을 많이 심었기 때문에 밀가루를 활용한 음식이 발달했고 그 가운데 칼국수가 집안 음식이면서도 사고파는 대중적 음식으로 자리잡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이다.

여기에다 매사에 까탈스럽지 않고 무던한 충청도 사람들의 품성까지 곁들여져서 조리법이나 간편성에 있어 무난한 칼국수가 대세인 지역이 됐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전쟁이후 주둔한 미군부대가 주식인 ‘밀가루’를 대량 보유하게 됐고 일부가 외부로 반출되면서 대표적인 칼국수 음식으로 조리돼 한국인의 입맛에 더욱 가까워 졌다는 해석이다. 실제로도 대전 대덕구 장동에 미군부대가 오랫동안 주둔해 있었고 속칭 ‘기지촌’에는 미군들의 입맛에 맞는 술밥이 있었겠지만 흘러나온 밀가루는 대전역 부근 정동이나 대흥동 칼국수 식당의 원재료 공급원이 된 셈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전에 있는 칼국수 식당은 467개나 된다. 전체 등록된 음식점 1만 2000 곳의 4%정도에 해당 되는 비율로 ‘칼국수 도시’다운 면이다.

구별로는 정동과 대흥동 칼국수 식당 밀집에 힘입어 중구가 159개소로 가장 많고 서구 109개, 동구 86개, 대덕구 74개, 유성구 39개 순이다.

원래 칼국수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나 전통음식은 아니었다. 기원전부터 ‘국수’라는 음식이 개발됐고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음식이다.

그러나 명절을 비롯해 절기마다 세시풍속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원재료인 밀가루의 대중화가 시작되면서 지금은 유래나 원산지 따질 것 없이 아주 친숙한 생활음식이 된 것이다.

대전시도 칼국수 도시를 관광상품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30년 이상 된 맛집에 칼국수 집을 선정하고 칼국수를 이용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누들축제와 누들 도보 테마 여행, 누들 지도 제작 등이 준비 중이다. 시 관계자는 “구 별로, 특색별로 칼국수 집을 추천 받아 시민들이 평가해 칼국수 음식점 투어 프로그램 등을 운영, 상권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she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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