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류인석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재상(宰相)이 되자 백성을 위무(慰撫)하고 규범을 보이며 기강을 바로 세웠다. 충성을 다해 공(功)이 있는 자에겐 비록 원수라도 상(賞)을 내렸고, 법을 어기고 직무를 태만히 한 자는 가까운 친지라도 반드시 처벌했다. 진심으로 회개한 모범수는 중죄를 졌어도 너그럽게 살폈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자는 죄질이 가벼워도 중하게 다스렸다. 또 어진 일을 한 자에게는 하찮아도 꼭 상을 내렸고, 작은 일이라도 못된 짓을 한 자에겐 빠짐없이 벌을 줬다. 온 나라가 모두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고 따랐다. 형벌과 통치가 준절(峻節)했는데도 원망하는 사람이 없었음은 그 마음이 공명정대(公明正大)했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 서진(西晉)의 사학자 진수(陳壽, 233~297)가 남긴 ‘정치가로서의 제갈공명’에 대한 기록이다. 진실은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무려 170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공명정대했던 제갈공명의 통치철학은 뛰어넘을 수 없는 진리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옛날의 교훈이 바로 오늘의 가르침이 아니던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출범한 지도 이제 3년을 넘어섰다. 지금쯤이면 정치적 탁류도 자정(自靜)이 됐어야 한다. 그러나 부도덕한 세력들의 교활한 부정·비리는 오히려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요란하게 소리치던 적폐 청산은 정적(政敵) 숙정용으로 반짝한 뒤 자취를 감췄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원한을 개인적 사리사욕 수단으로 이용한 윤미향(민주당 국회의원)의 부정·비리는 최고통치자의 도덕성까지도 훼손시킨 파렴치한의 대명사가 됐다.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착취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영혼을 갈취한 교활한 행위는 실정법상 죄질(罪質)의 경중(輕重)을 떠나 왜적들의 만행보다도 더 교활한 범죄다. 그래도 집권여당은 비도덕적인 윤미향의 죄악을 비호하고 나섰다.

또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 조국(曺國)의 부정·비리 사건도 그렇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최측근의 공인(公人)이고, 국가기강의 최고권력자다. 누구보다도 청렴결백에 솔선수범해야 할 책임과 사명을 가진 신분이다. 그런 그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가족들까지 동원해 비도덕적 부정·비리를 저질렀다. 공명정대해야 할 통치자에 대한 모독이고, 배신행위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은 그를 비호하고 있다.

또 있다. 민주당은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 출마가 불가능한 기소(起訴) 피의자이고, 현직 경찰공무원 신분이던 황운하를 4·15 총선에 공천했다. 선관위 책임으로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집권여당의 안하무인격 탈법행위는 점점 국민들의 심기를 거칠게 자극하고 있다. 국무총리 시절 건설업자와 부도덕한 돈 거래 사실이 인정돼 사법부의 유죄 판결로 이미 징역살이까지 한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 주장도, 집권당으로서는 공명정대하지 못한 처사다. 준법정신을 무시한 오만의 연속이다. 민주당 통치에서 공명정대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여당 스스로 도덕적 진실의 가치를 짓밟고 있다.

민초들은 지켜보고 있다.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 것은 진실이지만, 알고도 모른 척하거나 비호하는 것은 범법자보다 더 나쁜 위선이다. 공명정대한 정치 질서가 바로서야 통치 질서도, 또 통치자 위상도 존엄하게 세울 수 있다. 독선적, 제왕적, 강권(强權) 통치로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나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이뤄낼 수 없다. 이 나라 통치 역사에서 이제 더 이상 대통령이 감옥으로 끌려가는 비극은 종식돼야 한다.

지난 4·15 총선 때 민심이 거대 여당으로 몰려든 것도 국가적·사회적으로 공명정대하고도 준절한 도덕정치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아진다’라는 옛말은 진실이다. 상부가 공명정대하면 하부는 따라가게 마련이다. 공명정대한 통치는 곧 통치자의 위상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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