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한남대 평생교육원 부동산강사)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의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종자돈을 만들어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할 때 재건축을 바라보고 오래된 아파트를 구입할까, 신규 아파트를 구입할까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생겨난다.
그러나 오래된 아파트와 최근에 지은 아파트 사이에 건물의 노후 정도 외에도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아파트 선택에 있어 이 차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첫째, 전용면적의 차이다. 과거에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 할 때 벽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전용면적을 계산했다. 그러다가 지난 1998년 10월에 전용면적 산출에 안목치수를 적용하도록 법제화됐다. 안목치수라 함은 눈으로 보이는 벽체 안쪽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안목치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와 그 이후에 안목치수로 지어진 아파트는, 평형이 수치상으로는 똑같아도 실제 사용 면적이 작게는 1평(3.3㎡)에서 크게는 5평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국민주택규모 30평대 아파트라면 약 2.5평 정도 차이가 난다.

둘째, 구조상 측면에서 보면 과거 1990년대 이전의 20평대나 30평대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이 2베이(bay) 구조였다. 남향 아파트라면, 남쪽으로 거실과 안방만 위치해 있었다. 요즘의 20평대나 30평대 아파트는 흔히 3베이(bay) 구조로 짓는다. 즉 남쪽으로 거실과 안방 외에 방 하나가 더 위치한다. 따라서 좀 더 채광이 잘 되고 밝은 느낌을 주어서 사람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여준다.
다만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라고 다 3베이는 아니고 2베이도 꽤 있으니 아파트마다 실제 구조가 어떠한지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구조상 4베이는 3베이 보다 3베이는 2베이에 비해 선호도가 더 높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 할증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화장실 개수를 비교해보면 과거 1990년대 이전의 20평대나 30평대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 화장실이 한 개였다. 근래 들어서는 30평대 아파트에는 화장실이 보통 두 개이고, 20평대 아파트에도 화장실이 두 개인 경우가 많다. 시대변화에 따라 가족 사이에서도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어 내 집 선택 시 주거공간의 화장실 개수를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넷째로 드레싱 룸을 들여다보자. 오래된 아파트에는 중대형 평형이라도 드레싱 룸이 거의 없다. 근래 아파트에는 안방과 화장실 사이에 드레싱 룸이 흔히 있어서 옷을 갈아입거나 각종 액세서리를 놓아두는 목적으로 사용하기 편리하다. 경제수준이 올라가면서 보유하는 옷이 늘어나 옷을 두는 별도 공간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방안에 두는 옷장이 줄어들면 방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어 드레싱 룸의 활용가치가 배가된다.

다섯째, 발코니 면적을 보면 1990년대 이전의 아파트들에 비해 최근 아파트들은 일반적으로 서비스 면적에 해당하는 발코니 면적이 훨씬 더 넓다. 흔히 수 평 이상이 차이 난다.
발코니 면적은 분양면적, 전용면적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실제 집안에서 사용하는 면적이라서 현실적으로는 전용의 의미를 가진다. 요즈음 발코니의 일부는 아예 확장해서 분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제 사용하는 전용면적이 늘어나게 된다.

여섯째, 지하주차장 존재 여부도 중요하다. 1990년대 이전의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 없이 옥외 주차장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어느 집이나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로서 차가 두 대인 집들도 많아 주차장도 집 선택 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옥외에 차를 세워두면 차가 빨리 부식되고 겨울에는 밤새 눈이 쌓여 출근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는 이 같은 불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상과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하면, 오래된 아파트와 근래 지어진 아파트 사이에 같은 평형이라도 가격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차이가 현실적인 차이점을 충분히 다 반영한 것인지, 또는 과도한 차이인지는 아파트마다 개별적으로 비교하면서 판단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감안해 바라볼 때 오래된 아파트의 정상적인 할인 요소보다 훨씬 과도하게 싼 가격으로 거래된다면 가격대비 저평가 아파트로서 선택하기 좋을 것이다. 또는 오래된 아파트로서 근래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 실제 주거가치가 많이 낮은 데에도 불구하고, 특정 동네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고가에 거래되는 아파트는 동네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고평가된 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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