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후쿠오카 하가타역
후쿠오카 다자이후덴만구
다자이후 덴만구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하자 이에 반발한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으로 빚어진 한일 갈등은 해가 바뀌어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연말부터 중국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세계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가 하늘길이 막히면서 ‘가깝고도 먼 나라(ちかくて とおい国)’ 일본은 더욱더 먼 나라가 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5월부터 모 신문에 연재하던 일본 기행을 중단했지만, 시일이 더 지나면 지난해 세 차례 여행했던 일본 관련 정보가 구닥다리가 될 것 같아서 지난 5월 13일부터 다시 일본 편 연재를 시작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가까워서 일찍부터 대륙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크게 발전한 지역으로서 일본 학계에서조차 일본 최초의 야마도 정권(大和朝廷: 300~593) 발상지로 규슈(九州) 설과 나라(奈良) 설로 갈라져 있다. 사실 지금처럼 영토와 국경 개념이 엄격하지 않았던 고대에 일본은 백제와 고구려를 통해서 한자·불교 문화 등 많은 선진 문화를 받으며 발전해왔음에도 그저 ‘대륙’에서 전래했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농산물이 부족해서 한반도의 역대 왕조에 조공하며 문물을 받아오면서도 수시로 남해안을 습격하여 식량과 재산을 약탈하고 심지어 무고한 백성들까지 납치해가는 왜구로 변신했다. 또,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무사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하여 벌인 임진왜란(1592~93)과 정유재란(1596~98) 등 전후 7년에 걸친 전쟁은 우리에게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줬다. 근세에도 36년 동안 식민통치를 자행했다. 일제강점기 동안 그들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역사 왜곡과 식민사학을 주입해서 우리는 배일(排日)보다는 극일(克日)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진왜란 왜군 출병지 사가현 나고야성
임진왜란 선봉장 가등청정 신사(구마모토)

일본은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으로 혼슈·시코쿠(四国)·규슈 등 4개의 큰 섬과 이즈제도(伊豆諸島)․ 오가사와라제도(小笠原諸島)· 류큐 열도로 37만 7873㎢ 면적에 1만 2700만 명(2018년)이 사는 섬나라이다. 헤이안 시대에 일본은 수도인 교토와 그 주변 지역 5곳을 ‘기(畿)’라 하고, 지방을 7개의 도(道)로 나눈 ‘고키시치도(五畿七道)’라는 율령제를 시행했는데, 이때 쿠니(国)는 도 아래 단계의 지방 행정구역이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국(国)과 주(州)를 똑같이 훈독으로 '쿠니'라고 읽어서 국과 주를 혼용하여 규슈라고 불렀으니, 규슈는 곧 9개의 율령국(国=州)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규슈 옆에 있는 4대 섬 중 하나인 시코쿠(四国)의 코쿠(国) 역시 주(州)와 같은 의미이다. 

9개의 지방이 있었던 규슈는 본도(本島), 이키섬(壹岐島)· 쓰시마 섬(對馬島)· 고토 열도(五島列島)· 아마쿠사 제도(天草諸島)· 사쓰난 제도(薩南諸島) 등 1400여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북쪽으로 간몬해협(関門海峡)을 사이로 혼슈와 마주하고 있다. 오늘날 후쿠오카(福岡)·사가(佐賀)·나가사키(長崎)·오이타(大分)·구마모토(熊本)·미야자키(宮崎)·가고시마(鹿兒島)·오키나와(沖縄) 등 8개 현(県)이 있는데, 특히 후쿠오카와 오이타, 나가사키, 사가와 구마모토 등을 통틀어서 기타큐슈(北九州)라고 한다. 학자들은 규슈의 해저 지형이 북부의 후쿠오카와 사가현 지역은 해류가 한반도와 중국과 이어지고, 중남부인 나가사키현,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 지역은 태평양으로 이어져서 포르투갈, 에스파냐, 네덜란드 등 서양 상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나가사키 데지마
나가사키현박물관의 조선통사행렬도
나가사키 원폭평화공원

후쿠오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규슈의 각 도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는 물론 저가 항공사인 스타 플라이어, 제주항공 등 7편이 정기취항 노선 이외에 각 지방공항에서도 정기 직항노선이 많다. 또,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뱃길로 180㎞에 불과해서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부산항에서 미래고속 ‘코비’와 일본의 JR 규슈 고속선 ‘비틀’을 공동운항하고 있는데, 고속선은 비수기에는 매일 5~6회 왕복, 성수기에는 7~9회 왕복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삼국시대 이래 조공과 문물교류, 또 조선통신사 파견 등으로 밀접하게 교류해온 한일관계는 임진왜란과 식민지배라는 악몽이 있지만, 경제와 민간교류는 매우 밀접했다.

특히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1980년 말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2018년 기준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연간 750만 명이나 되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 많은 한국인이 여행하고 있는데, 특히 동남아 국가에는 유적지는 물론 도로교통, 음식점, 기념품 가게마다 자국어 이외에 영어, 중국어, 한글 안내문을 비치하고 있어서 자유여행에 거의 불편함이 없다. 

‘규슈의 수도’라는 하는 후쿠오카시에는 510만 명이 사는 일본 제8위의 대도시로서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나카가와(那珂川)를 중심으로 바닷가인 동쪽은 상업지역인 하카다시, 서쪽은 후쿠오카시로 각각 별개의 도시로 발전해오다가 메이지 유신 이후인 1889년 후쿠오카시로 통합되었다. 

규슈 여행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입국하는 도시와 출국하는 도시를 바꾸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후쿠오카, 구마모토, 아소, 유후인, 벳푸 등 북규슈 지방을 여행한다면 인천→ 후쿠오카 항공편(KE 787, KE 789, KE 781)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귀국할 때에는 벳푸 옆의 오이타 → 인천의 항공편(KE 792)을 이용하면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또, 자유여행으로 각 도시를 여행하면서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외국인에게만 판매하는 JR 패스(열차)나 산큐패스(버스) 구매가 아주 좋다.

시마바라 운젠 지옥온천
벳부 바다지옥
시모노세키~모지코 간몬대교

예를 들면, 지하철 1회 티켓은 230엔인데(2019년 5월 현재), 하루에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승하차를 반복하거나 혹시라도 잘못 탔다가 내리는 실수 등을 고려하면,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관광지나 유적지, 온천 등에 무료입장하거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관광지나 터미널을 이용할 때마다 긴 줄을 지어 기다리지 않고, 또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로 매표하는 불편을 겪지 않고 곧장 입장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JR 규슈 레일패스는 3일 권이 8500엔, 5일 권이 1만엔이고, 규슈 레일패스는 3일 권이 1만 5000엔, 5일 권이 1만 8000엔이다. 지하철은 1일 승차권(어른 620엔, 어린이 310엔), 버스는 후쿠오카의 경우 1일 프리승차권이 어른 620엔, 어린이 310엔이고, 1일 패스는 어른 2060엔, 어린이 1030엔이다. 그러나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매우 편리하다. 렌터카는 국내에서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고, 국내 렌터카 이용처럼 매우 편리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다만, 출국하기 전에 미리 각 경찰서나 공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여권용 사진 1매와 여권, 발급수수료 8500원(신용카드)만 제출하면 즉시 발급이 가능하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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