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전국의 의과대학 정원을 500여 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취약지역의 의료공백이 심하고 전공별 불균형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 사회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각종 전염병 사태 때마다 의료진의 부족함이 논의됐고 지속적으로 의사 수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기존 의료계 기득권층 이해집단인 의사협회의 반대와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인해 의사 수 확대의 기본인 의대 정원 확대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런 시점에서 의대 정원 확대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수요자의 처지에서 환영할 수 있으나 현재 논의 중인 정책 방안만 가지고는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던 의사 수의 부족은 물론 전염병 등과 직결되는 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일부 집단의 반발을 의식해 정원 일부만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정 짓는다면 일부 기득권 집단의 이해를 두둔하기 위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뒷전으로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보편적 의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들끓는 상황인 만큼 이를 존중해 공공 의료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부족한 필수의료 진료과목 중심의 의료인력 확충과 공공 의대 설립방안이 이번 기회에 논의돼야 한다.

응급의료, 감염병, 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 과목에 대한 의사 양성을 확대해 전공과목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나 이번에 논의되는 수준의 정책 논의만 하고는 적체된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고, 인구 1000명당 1.8인 의사 수를 OECD 국가 평균인 1000명당 3.4명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7만 8000여 명의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즉, 부족한 의료인력의 양성과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획기적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대해 의사협회는 다시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5년과 2018년 정부와 여당이 공공 의대 설립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논의를 중단됐던 만큼 정부의 정책이 의료계의 기득권 지키기에 의해 가로막히는 일이 더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의료인력 확대 논의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생색내기용 대책이 아니라면 다시는 정부 정책이 기득권 이해집단에 의해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 그런 움직임에 대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국가의 최우선 정책은 소수의 이익이 아닌 국민 생명보호에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