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립묘지법상 안장 가능
친일반민족행위자 vs 전쟁영웅
정치권·시민 찬반 의견도 팽팽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호국보훈의 달인 2020년 6월에도 서울과 대전 등 국립현충원에 묻혀선 곤란한 이들의 안장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이슈다. 올해는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자격을 놓고 정치권과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최근 군인권센터는 친일인명사전을 참고해 서울과 대전현충원에 잠든 친일 군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모두 56명의 친일 이력을 지닌 군인 가운데 32명은 서울현충원, 24명은 대전현충원에 묻힌 것으로 확인됐다. 명단 속 인물들의 면면은 자못 화려하다.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 박정희 전 대통령(만주군 중위)을 비롯해 김정렬 전 국무총리(일본군 대위), 이종찬 전 국방부장관(일본군 소령), 김창룡 특무부대장(일본 관동군 헌병) 등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군사반란 및 민간인학살 가담자라해도 ‘장성급 장교로 전역·퇴역한 뒤 사망한 이와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을 갖는다’고 명시한 국립묘지법 덕분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전쟁 70주년인 올해는 백 장군의 사후 장지(葬地)를 놓고 현충원 안장 자격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한국전쟁 중 다부동 전투 등에서 공적을 세운 백 장군 행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으나 일제강점기 독립군 토벌에 나선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2년 반 동안 복무한 친일반민족행위가 쟁점이다. 일단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백 장군은 현충원 안장 대상이고 서울현충원은 만장이라 대전현충원에 모실 수 있다”고 언급, 현행 국립묘지법 개정이 없는 한 태극무공훈장을 수훈한 백 장군의 사후 현충원 안장은 가능하다.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여부는 정치권에서도 첨예한 논쟁거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백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에 초점을 맞춰 불가론에 힘을 실으며 이번에야말로 현충원에서 친일파 이장을 위해 국립묘지법 개정을 완수할 기세다. 반면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전쟁영웅의 현충원 안장 당위성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시민들의 찬반양론도 팽팽하다. 직장인 김기훈(28·대전 서구) 씨는 “친일 청산을 못해서 친일파가 전쟁영웅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니 참 한심스럽다. 전쟁에서 공(功) 세우면 친일도 용서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달리 한 모(57·대전 대덕구) 씨는 “전후세대이고 전쟁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어도 그 어려운 시절에 나라 지켜낸 인물을 이런 식으로 욕보이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