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구하러 갔다 사고나면 형사처벌
공무원 자격 박탈로 이어질 수도 있어
소방청, TF 구성해 개선 방안 마련 중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그간 과잉처벌 등의 논란을 불러온 일명 ‘민식이법’에 예외 조항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공적인 활동을 하는 구급차나 소방차 등 긴급차량의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에 대해선 일종의 면죄부 또는 책임을 완화할 수 있게끔 하는 게 골자다. 일반차량과 같이 긴급차량의 스쿨존 내 사고에서조차 민식이법이라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시킬 경우 결국 피해는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소방차 등 긴급차량의 교통사고 책임 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해 온 소방청은 도로교통법 개정과 함께 민식이법에서 소방차나 구급차에 면책 규정을 두는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민식이법 제정으로 인해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등 공무상 긴급한 사안을 다루는 차량도 스쿨존 내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똑같이 가중처벌을 받아 공무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스쿨존에서 차량 운행 속도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나게 되면 일반 차량과 같이 법 적용을 받아 최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밖에도 소방관, 경찰관은 공무원 직책으로 민식이법으로 인해 처벌을 받으면 공무원 자격 박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소방차 등에도 민식이법에서의 처벌 기준을 적용하면 결국 이는 현장 사기와 업무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소방청 관계자는 “민식이법으로 인해 스쿨존 사고엔 가중처벌이 뒤따르는데 소방차 등 긴급차량 또한 처벌이 예외없이 적용된다. 긴급차량은 국민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공적 활동을 위한 차량인만큼 어느 정도 소방차나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아직 결정이 아닌 개선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며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 운행 시 스쿨존에서 사고가 나면 중과실로 고소가 되고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인식에서 도로교통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주·정차 예외 항목 등 전반적으로 개선의 필요가 있는 도로교통법 조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스쿨존 내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스쿨존 내 운행 제한 속도를 지켜가곤 있지만 아직까지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불편함을 겪는 이들 또한 있다.

대전 한 고등학교 교사 김 모 씨는 “근무하고 있는 학교 주변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출·퇴근 때 보면 여전히 불법 주차 차량이 부지기수”라며 “아무리 천천히 차를 몰더라도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이 많아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동과의 사고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자가용이 아닌 도보로 출근하는 선생님들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