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어머님 젖줄을 물고
눈을 뜬 고향이다

소나기에도 튀지 않은
그 선비의 옷자락

그 가슴 가슴속으로
맥락을 이었나니

자넨 알지 않는가
강물이 흐르는 뜻

그 느린 보법을
익혀 배운 사람

세월도 가라앉힌
그 흐름의 자태.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의 흐름도 이렇게 전통 양식을 두르니 그 때깔 참으로 곱다. 3장 6귀의 곱상한 품으로 저 너른 대지를 딛고. 그 단정한 보법으로 내닫는 물길 또한 참 유장하다. 작은 굽이 만나면 자진모리로 휘감는 강의 맥박. 그 가까이 고운 물의 살빛에 실리어 바람도 서늘옵다. 4음보 걸음의 계절로 잇는 안정감이 스텝을 밟는 금강. 그 물 위로 민족의 심장 살아 뛰고 호흡 또한 대차게 깊어진다. 금강 허리 곧게 펴니 반도를 지른다.

희·노·애·락. 삶의 생생한 율동으로 자물리는 품격. 그렇다. 때로는 금강도 휘황찬 바다 꿈꾸며 흐르는 눈빛이니. 첫 새벽 어머니 젖줄 물고 눈 뜨는 고향길이다. 선비의 도포자락 펄럭이는 뱃전에 부서지던 물방울. 거기 부딪쳐도 선비의 옷자락엔 물이 배지 않는다. 소나기에도 튀지 않는다. 그 포름한 자태의 어머니 품안으로. 금강은 솟아 고향의 처음을 열고 언제나 그 끝은 고향으로 닿는다.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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