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펀드 판로 막힌 상황에
수익 채우기 활로 모색
소비자 안전 자산 선호 심리도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DLF(파생결합펀드) 등의 사태로 사모 펀드 판매가 어려워지자 은행들이 은행 연계보험, 이른바 ‘방카슈랑스’ 판매를 늘리고 있다. 수익 하락을 막기 위해 찾은 새로운 활로다.

은행들의 사모펀드 잔액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23조 378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28조 81억 원과 비교해 16.5% 줄었다.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는 지난해 7월(29조 51억 원)을 기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이 저축성 보험상품 판매에 열중하는 이유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1조 8527억 원으로 지난해 4월보다 24.1%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가입 후 최초의 보험료를 납입한 금액을 말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으로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증가했다는 건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신규 가입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방카슈랑스 상품은 펀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인 데다 은행들이 받는 수수료 수입도 꽤 짭짤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고갈된 기존 펀드 상품을 대체하고 있는 거다.

대전 서구 한 시중은행 지역본부장은 “보험 관련 상품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게 사실이며 고객들에게 펀드 상품 대신 보험 상품을 소개해드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은행의 대표 수익원이던 사모 펀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대체제를 발굴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는데 보험 연계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수수료를 통한 이익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은행은 보험 연계 상품이 포함된 저축성 보험과 보장성 보험에서 각각 최대 2%, 5~8%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시중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311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66억 7000만 원 대비 16.7% 뛰었고 전월과 비교해 32% 늘어난 수치다.

방카슈랑스 수요도 늘고 있다. 사실상 안전 자산으로 분류돼서다. 저금리, 코로나19의 수렁에 빠진 요즘, 예·적금과 펀드 상품 대신 이용하는 일이 늘고 있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여 모(42) 씨는 “펀드 상품을 통한 재테크를 즐겼다. 그러나 사모 펀드 사태가 터지니 섣불리 투자하기 껄끄러워졌다.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은행원으로부터 보험 연계 상품에 가입하시면 어떻겠냐는 말을 듣고 이번에 한번 시작해 볼 예정”이라면서 “보험 연계 상품은 대부분 10년 정도의 장기 상품인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수익을 보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펀드보다 안전하다는 게 메리트”라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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