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75.5% “코로나19 탓에 경영환경 악화”
휴가 단기간 집중돼 충청권 관광지 여름특수↓“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여름 휴가 때면 코로나19 국난도 물러가지 않을까요?”

누구나 한번쯤 기대했던 말이건만 코로나19 피해가 하계휴가 특수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경영환경이 악화돼 영세한 지역의 중소기업일수록 휴가가 단기간에 집중되고 휴가비도 축소될 거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793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하계휴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3.7일)와 유사한 평균 3.8일로 집계됐다. 얼핏 보면 큰 영향이 없는 것 같으나 응답 기업의 8.1%는 ‘별도의 하계휴가 실시기간 없이 연중 연차 사용’을 답변한 만큼 휴업 등 비용 절감 목적에서 여름휴가를 권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또 300명 미만 중견·중소기업의 하계휴가비 지급 가능성이 지난해보다 6.6% 떨어진 46.6%에 그친 것도, 무려 75.5%가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며 긴축 경영에 들어선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제조업 72%에서 여름휴가를 단기간(약 1주일)에 실시하겠다고 예고해 여름특수 효과가 떨어질 전망이다.

대전 포장지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 모(38) 씨는 “올해 휴가를 가더라도 특별한 여행계획이 없다. 어린 자녀들이 있어 감염 예방을 위한 판단이지만 휴가비 자체가 아예 없을 거라고 체념해서다. 동료들도 동네에서 휴가를 즐기는 선에서 계획을 짜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실직이 두려워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않는 경우도 있다. 충남 아산 디스플레이협력업체에 재직 중인 서 모(36) 씨는 “안 그래도 어려운 디스플레이업계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구조조정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괜히 휴가를 갔다가 안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아서 올해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눈치를 봤다.

코로나19 여파가 여름휴가에도 영향을 줄 조짐이 보이자 충청권 관광지에선 긴장하고 있다. ‘감염 위기’에 ‘얇은 지갑’까지 더해져 그해 여름휴가객을 가늠할 수 있는 이맘때 주말방문객이 급감한 상황이다. 충남 보령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 모(56·여) 씨는 “최근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권 감염자가 늘면서 주말 관광객이 현저히 줄었다. 타지 관광객이 없다면 충남도민이라도 오곤 했는데 그분들도 어려운지 발길이 많이 줄었다. 올해 보령머드축제도 온라인으로 개최한다고 하니 여름특수는 물 건너간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최근 엘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국 만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름 휴가 계획을 물은 결과, “계획은 있으나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는 응답이 40.5%였다. 2년 전엔 이 같은 응답이 13.7%에 머물렀다. “별다른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는 반응도 20.1%에서 26.2%로 늘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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