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별세하면서 논쟁 재점화
“친일행적자가 어떻게 애국지사와?”
“현충원 안장 불허 수준은 아니잖나”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에 대한 공(功)이 있더라도 친일 행적을 지닌 이를 현충원에 안장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이다. 백 장군의 장지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일각에선 ‘친일파 파묘’ 주장을 하면서 관련 법 개정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국가보훈처와 육군에 따르면 백 장군 유족 측은 보훈처에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했으며 지난 11일 관련 심의를 거쳐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 안장이 확정됐다. 국립묘지법 제5조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현역군인 사망자, 무공훈장 수훈자, 장성급 장교, 20년 이상 군 복무한 사람, 의사상자 등을 현충원 안장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25 전쟁에서의 공로를 놓고 본다면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자격엔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친일 행적이라는 ‘과오’를 이유로 그의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져 왔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백 장군은 1943년 12월 간도특설대 기박련(기관총·박격포중대) 소속으로 중국 팔로군 공격 작전에 참여했다.

일제 패망 때 그의 신분은 만주국군 중위였다. 간도특설대는 일제 패망 전까지 동북항일연군과 팔로군을 대상으로 108차례 토공 작전을 벌였고 이들에게 살해된 항일 무장세력과 민간인은 172명에 달한다. 백 장군은 생전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적은 있지만 독립군과 직접 전투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백 장군 복무 시절 간도특설대가 무고한 조선인 등을 살해하거나 식량을 강탈했다는 등의 내용이 ‘중국조선민족발자취 총서’에 기록돼 있다. 2009년엔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도 백 장군이 포함되면서 친일파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관계자는 “친일 행적을 가진 자가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국립묘지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미 수많은 친일파가 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친일 행적을 지닌 이들의 현충원 파묘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시민 이 모 씨는 “과거사 청산은 국립묘지의 올바른 관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친일파는 63명, 이 중에 정부친일사전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들만 11명이 현충원에 안장돼 있다고 한다”며 “간도특설대에서 독립운동가를 죽이던 일들에 앞장섰던 친일파도 안장돼 있다고 한다. 정부가 다시 한 번 애국지사들의 공과를 따져 국립묘지 안장이 상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임 모 씨는 그러나 “비록 친일행적이 일부 있더라도 6·25 전쟁 당시 백 장군의 공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백 장군이 쌓은 공적에 비춰본다면 현충원 안장 불허를 논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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