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문지초 교사

 

정말 “설마…” 했다. 중국 우한이라는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퍼졌다. 전염성이 높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등의 뉴스 보도가 나왔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 메르스 사태 때도 온 나라가 떠들썩하기는 했지만 큰 탈 없이 지나갔던 학습효과 때문이었을까?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방송에는 연일 코로나19 관련 내용이 보도됐고 그 파장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온라인 개학에 대한 이야기가 공론화되기 시작했을 때, 교육 현장은 말 그대로 ‘카오스’였다. 이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학교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처음이라는 막막함과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 앞에서 누구 하나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렇듯 막막한 상황에서 시교육청에서 공문이 하나 내려왔다. '원격수업지원단'이 운영된다는 것이었다. 내용인즉슨, 막막한 학교 현장의 부담 경감을 위해 수업지원단이 수업영상을 제작해 일정 기간 동안 학교에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가뭄의 단비처럼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도 지원단에 합류하여 수학과에 배정됐다.

대전 지역 모든 학생들이 내가 만든 영상으로 수학 공부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대단한 압박이었다. 20분 내외의 한 차시 수업에서 오프닝 부분을 찍는 데에만 아마 50번 이상의 NG가 있었던 것 같다. 몇 시간에 걸친 스크립트 작업과 몇 번의 시연을 거친 후, 스크립트를 읊어가며 수업을 녹화했다. 수없는 자책과 자괴감 끝에 첫회분의 녹화는 끝났고, 편집과정을 거쳐 드디어 한편의 영상이 완성됐다. 뿌듯함보다는 더 잘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훨씬 컸다.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될 즈음 다른 지원단 교사들의 다양한 수업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감탄의 연속이었다. 20분 내외의 짧은 영상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다채로운 방법으로 각자 자신만의 수업을 만들어가고 계셨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내용과 방법적 측면 모두에서 발전하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고 지원단 교사들이 만든 영상은 대전 모든 학교에 배포됐고 현장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이제 보름이 지나면 여름방학이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직접 수업을 제작해 온라인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떠한 예측 불가능의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설령 그럴지라도 우리 대전교육은 또다시 답을 찾아낼 것이라 믿는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과감한 결정을 내린 대전시교육청의 탁월한 판단과 혼동의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현장의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모든 대전교육 관계자 및 교사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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