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우여곡절 끝에 대전광역시의회 의장 선출이 끝났다. 선출 과정에 의장에 출마했던 권중순 의원의 사퇴와 번복, 합의준수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농성, 경선을 주장하는 이종호 의원의 의장 입후보와 사퇴 등 혼란이 계속됐다. 파행의 원인은 결국 자리싸움이다. 왜 직책을 맡고 싶어하는 것일까.

우선 의장과 상임위원장 모두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다. 의장은 월 490여만 원, 부의장은 240여만 원, 상임위원장은 150여만 원의 업무추진비가 지급된다. 물론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쓸 수는 없지만,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의회와 위원회를 대표하기 때문에 정책결정 과정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종합하면 현재 의정활동과 이후의 정치 행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 의장의 권한은 더 커진다. 정책지원 전문인력과 기존 의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권한이 큰 만큼 자리를 바라는 의원의 열망은 생길 수밖에 없다. 권한과 인원을 줄이자는 주장은 넣어두자. 권한을 주는 건 집행부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요한 만큼 권한을 주고,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복되는 원구성 파행을 방지하기 위해 선출제도를 개선하고 정당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의회는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의장, 부의장을 선출한 후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 야합은 나눠 먹을 게 있을 때 발생한다. 상임위원장을 각 상임위원회에서 선출한다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자리가 묶여서 야합하기 쉽지 않다. 무기명 투표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의장단 선출은 조례를 근거로 무기명 투표로 진행한다. 줄서기 논란, 선거 후 감정의 문제 등을 이유로 무기명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무기명 뒤에 숨어 야합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기명 투표를 도입하는 것도 고민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시민은 자신을 대리하는 의원의 공적인 활동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이 자신의 결정을 모두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야합이나, 앞뒤가 다른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다.

정당의 역할부재도 해결해야 한다. 대전광역시의회 원구성 파행에 시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같은 정당 의원 간 자리싸움이라는 것이다.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의원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의원총회 결정을 무시해도 된다는 분위기를 만든 건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다. 7대 의회 하반기 원구성 파행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와 선거 직전 복당을 허가해 준 전례를 본 의원들이 당론을 따를 이유가 없다.

정당이 의원의 활동에 대해 책임지는 문화를 만드는 건 더불어 민주당 대전시당의 숙제다. 파행은 해결이 아니라 봉합됐을 뿐이다. 제도적인 재발방지대책이 없다면 4년 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대전시의회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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