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력 방역에 투입되면서 생긴 의료공백
대다수 상담센터 휴관, 치료받을 길 없어
정부·지자체 차원 가이드라인 구축 필요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정신질환자들이 코로나19 사각지대에 몰려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청도대남병원 등에서 일어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후 국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의 열악한 민낯이 드러났지만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개선되지 않아 정신질환자들은 갈수록 코로나19 사각지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 내 정신의료시스템 강화와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훈수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모든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방역 및 치료에 온 인력을 총동원하면서 정신질환자들이 필요한 상담 및 약물치료를 받는 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경우 갑작스레 임의적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했을 때 환각 및 환청 등 증세가 악화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최근 ‘코로나19시대의 조헌병 환자 적정 치료를 위한 제언’ 원탁토론회에서 “정신질환은 신체질환과 달리 병을 장기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지역정신건강서비스가 중요한데 현재 국내 정신건강치료를 살펴보면 지역사회서비스는 예산 기반으로 제공된다. 예산이 적으면 절대적으로 서비스 제공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환자를 시설로 내몰고 만성화시키는 것이 현재 국내 정신의료시스템이다. 이는 결국 의료서비스 질을 낮추고 의료비용만 더욱 비싸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지역적인 정신의료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거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대전 A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의료공백이 생기면서 정신질환자들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의의 수와 수용 가능한 병동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솔직히 이전에도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에 관한 시스템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더 정신질환자들을 구석으로 몰아버린 것은 맞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블루’를 겪는 일반인들도 늘어나는데 정신질환자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에겐 숨 쉴 수 있는 틈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각 지자체별 복지서비스 강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대전 서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는 김제성 씨는 “대전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심리상담기관이 운영을 중지한 상황이라 약물치료는 물론 상담조차 받질 못 하는 상황”이라며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고 하더라도 정신질환 관련해서는 주치의나 상담사가 표정이나 그들의 행동과 상태를 파악할 수 없어 치료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순 없을 테지만 중증 환자 위주로나마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 기준을 세우고 병원 방문을 권장하는 등 지자체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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