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공연장 매표소’ 설치 조례 논란…“특정업체 봐주기” 진정 제기돼
조성칠 의원 “고사 위기 연극계 살리기 일환”

 
조성칠 대전시의원이 대표발의한 시 건축 조례 개정안. 해당 개정안의 4항은 ‘목재, 알루미늄새시, 철 또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된 공연장 매표소로서 연면적이 5제곱미터 이하인 것’으로 수정 가결됐다.
대전의 한 소극장 옥외 매표소

[금강일보 최일 기자] 제8대 후반기 임기 개시 후에도 잇단 원 구성 파행으로 큰 지탄을 받은 대전시의회가 전반기 막판에 통과시킨 시 건축 조례 개정안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다.

조성칠 의원(더불어민주당·중구1)이 대표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신고한 후 착공할 수 있는 가설건축물 범위에 ‘공연장 매표소’ 및 ‘방범초소’를 추가한 것으로, 제24조 가설건축물 조항에 ‘목재, 알루미늄새시, 철 또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된 공연장 매표소로서 연면적이 5㎡ 이하인 것’, ‘컨테이너 또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된 방범시설로서 연면적 50㎡ 이하인 것’ 등의 규정이 신설됐다.

개정안은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목재 또는 알루미늄새시 구조로 된 공연장 매표소…’→‘목재, 알루미늄새시, 철 또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된 공연장 매표소…’)된 후 지난달 19일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달 3일 시가 공포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최근 시와 시의회에 진정 민원이 제기됐다. 공연장 매표소를 가설건축물로 규정한 것은 불공정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그 이유다.

민원인 A 씨는 “옥외 매표소는 시민 편익보다는 공연장의 광고·홍보시설로서의 기능이 크다. 즉 공익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 편향되고 졸속적인 조례 개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개정안에 관한 의견 제출 기간 중 의안을 산건위에 회부하는 등 검토·심의가 부실했고, 공연장 매표소 건축 재질로 ‘목재’와 ‘알루미늄새시’ 외에 ‘철’까지 삽입해 수정 가결한 것은 자의적이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라며 “공연장 매표소 설치에 따른 수익자와 그로 인한 피해자(주변 상권 영업 방해 등)가 발생하고, 가설건축물 양성화로 인한 행정 혼란 및 가로(街路) 환경 저해, 인도 점용 시 보행인 통행 불편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진정 배경에는 대표발의자(12명의 의원과 공동발의)인 조 의원과 중구 대흥동 B 소극장이 유착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자리하고 있다. B 소극장과 같은 건물을 임차해 자영업을 영위하는 A 씨는 수년간 B 소극장으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며 중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던 전력이 있던 터라 이번 조례 개정에 발끈하고 있다.

A 씨는 “시의원이 자신과 가까운 특정 업체의 뒤를 봐주는 식으로 조례 개정에 나서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건축 조례에서 공연장 매표소 관련 규정은 삭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조 의원은 “특정 업체를 위한 조례 개정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역 공연예술의 명맥을 이어가는 소극장들이 옥외 매표소로 인한 민원에 시달려 이를 해소하고, 조례 운영상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취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당극패 우금치 대표, 원도심문화예술인연대 공동대표, 대전독립영화협회 대표, 대전민예총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조 의원은 “지역 연극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존폐의 기로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연극 생태계가 소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 소극장 측은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원도심 문화예술인 행동’이란 단체 차원에서 공연장 매표소 설치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조 의원에게 건의해 조례 개정이 이뤄졌다”고 항변하고, “잦은 민원으로 신도심으로의 이전을 검토했는데,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대비 80% 이상 관객이 급감하는 등 상황이 악화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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