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처음엔 이렇게 썼다

다 잊으니까 꽃도 핀다
다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천천히 흐른다

틀렸다, 이제 다시 쓴다

아무 것도 못 잊으니까 꽃도 핀다
아무 것도 못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시퍼렇게 흐른다.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에 오면 우리들 일상의 분분함도 하나로 어울려 꽃으로 피어나지요. 그 곁으로 강물은 천천히 흘러가구요. 그렇듯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하나로 잇닿아 더 큰 세상을 만들며 움직여가는 것인데요. 처음에는 주변의 사물처럼 그 하나하나 각자의 방향을 따라서 출발하던 강물도. 그 다음에는 그것들 사이 사이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거지요. 그러니 때가 되어서 꽃이 피고 강물이 흘러가는 것이지만. 시인이 금강에 가 닿으면 시인과 그것들 사이에는 새로운 흐름이 열리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과 자연 사이에도 밀착된 시간이 마련되는 것이구요.

하여 시인에게 금강은 평온하여 이제 모든 것을 다 잊었다고. 그래서 꽃도 저리 피고, 또 강물도 저렇게 흘러간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쓰지요. 그런데 강을 돌아서다 내처 시인은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시인은 강물 위에 다시 쓰는 것이지요. 다 잊은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못 잊었다고. 그래서 저기 저 강물도 시퍼렇게 흐르는 거라고. 그 옆에 꽃도 오똑하니 피어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들은 못 잊는 시인의 마음속으로 깊이 파고들어와 시인의 마음도 거기에 함께 피어 시퍼렇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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