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기부자들, 카이스트 기부금 ‘3400억’
“선택 틀리지 않았다”, 남은 재산도 기부 사례

[금강일보 곽진성 기자] KAIST에 역대 최고액 기부가 이뤄진 것을 계기로 대덕특구 입주기관에 대한 기부에 관심이 뜨겁다.

특히 KAIST는 지난 1999년 이후 50억 원 이상 기부자의 총 기부액수가 3400억 원을 넘는 등 독지가(篤志家)들의 기부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된다.

KAIST에 따르면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지난 23일 기부 약정식에서 676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해 KAIST에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했다. 평생 일군 재산을 기부(총 766억 원)한 이 회장. 흥미로운 것은 이 회장처럼 사재를 털어 KAIST에 고액의 기부를 하는 독지가들이 꾸준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KAIST가 제공한 ‘KAIST 50억 원 이상 주요 기부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이후 13명의 기부자가 KAIST에 전달한 기부금은 무려 3419억 원에 달했다. 기부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용도에 맞게 과학교육재단이나, 대학원, 시설, 기금 조성 등으로 귀하게 쓰였다는 것이 카이스트의 설명.

카이스트 관계자는 “(기부는) 학교 예산이 주어지는 것 이외에 (기부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다. 정부에서 연구 등 예산 등을 받으려면 절차 복잡하고 어려운데, 기부금은 바로 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4대 과학기술원을 비롯해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많은 기관이 밀집해 있는 대덕특구에서 KAIST에 대한 독지가들의 기부 열기는 유별날 정도로 뜨겁다. 일각에서는 기부자 저마다의 사연과는 별개로 ‘기부자들이 학교 차원을 넘어, 과학인재에 투자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익명을 요구한 독지가가 ‘인재양성에 써 달라’며 지난 2017년에 이어 거액(총 135억)을 기부한 바 있다.

카이스트에는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이 회장과 익명의 독지가를 비롯해 고 류근철(578억 원), 김병호·김삼열(350억 원), 고 김영한(340억 원), 조천식 박사(160억 원), 박병준·오이원·최태원·곽성현·장병규(100억 원), 조정자(75억 원) 등의 기부가 있었다.

카이스트를 향한 고액기부의 특기할 만 점은 독지가들의 기부 중 상당수가 거듭 기부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 비결로 소통과 확신이 손꼽힌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저희는 재단에서 고액기부자 분들을 주기적으로 찾아뵌다. 총장님이나 직원이 약 한 달에 한번 씩 학교소식 알려드리러 가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며 “카이스트를 가까이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기부자) 분들이 본인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을 확신을 갖고, 남은 재산을 기부하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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