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정부 여당의 원내대표가 행정수도(行政首都) 이전을 노무현정부 이후 또 다시 화두를 던지면서, 정치권과 충청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수도권 집중 현상과 부동산 과열 등으로 나타나는 많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수도를 옮기지 않을 수 없음을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현재 여당이 처한 여러 상황과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논의의 진정성보다는 양쪽 진영의 당리당략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모습에서 대전·충청인으로선 반갑기보다는 또 다시 이용을 당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풍수적으로 계룡산의 지세(地勢)가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을 이루고,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운이 고루 갖추어 새로운 미래의 시대를 이끌어 갈 수도(首都)의 입지(立地)로 모든 국민이 함께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기운(氣運)을 지닌 가장 적합한 장소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고려의 개성과 조선의 한양은 절대 권력자인 왕이 주인인 왕조의 입지라면, 계룡산을 중심으로 펼쳐질 미래의 수도는 백성이 주인임을 알아야한다. ‘계룡산시대’를 이끌어갈 주요 도시는 대전을 비롯하여 세종, 공주 부여, 논산, 계룡시가 해당된다.

이 도시의 기능은 지금의 서울 수도권처럼 서울 한 곳에 집중됨이 아니라, 대전은 과학의 수도, 공주·부여는 문화·예술의 수도, 논산·계룡은 국방의 수도, 세종은 행정의 수도로서 국가의 중추적인 역할을 지니며, 각자의 기능을 발휘하여 함께 나아가야 하며,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주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계룡산이 풍수적 명당(明堂)으로서 도읍(都邑)으로 준비된 것은 최근의 일들이 아니다. 1000년 전에 우리나라 풍수의 시조(始祖)라 할 수 있는 도선대사로부터 수많은 풍수가에 의해 개성과 한양에 이어 도읍의 자리로 일찍부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명산대천이 두루 살펴졌는데,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만한 도읍지로는 개성의 송악산, 한양의 삼각산, 공주의 계룡산 등이 3대 길지로 지목됐다. 이것은 천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위 3곳을 능가할 길지는 없다는 것이다.

풍수가들은 한반도의 지세를 이용하여 고려 건국에 깊이 관여하였고, 이후 개성과 한양의 명당은 이용하되, 차령산맥과 금강의 남쪽은 배신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자리이니 인재를 등용하지 말라는 고려의 훈요10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차령산맥과 금강 남쪽의 대표적인 계룡산의 지세는 왕을 배반하는 자리, 백성의 힘이 왕의 권위보다 우위의 자리가 된다고 늘 경계하였다.

송악산을 주산(主山)으로 시작된 고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성계에 의한 새로운 도읍이 준비될 때, 계룡산 아래 신도안(현재의 계룡시 삼군본부)에 자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도읍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도읍의 입지로는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3대 명산인 송악산, 삼각산(북한산), 계룡산을 중심으로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논의는 계속되었다. 고려의 구세력인 기득권층은 그들이 영위했던 개성이 천하의 명당으로 개성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길 극구 반대하였다.

이성계의 명을 받은 당대 최고 풍수가인 권중화는 계룡산 아래 명당과 이성계의 태(胎)를 계룡산 근처인 진산(지금의 금산: 만인산 휴게소 근처)에 안치할 것을 상소하였고, 태조의 명을 받아 신도안 도읍이 준비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신흥 귀족세력인 이방원과 하륜에 의한 정치적 세력에 의해 북한산 아래 한양으로 도읍이 정하길 원하였다. 조선의 수도 입지는 개성을 원하는 수구파와 한양(서울)을 원하는 신흥세력과 계룡산을 새로운 시대, 새로운 도읍을 개창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의해 3곳(개성, 한양, 계룡)이 유력하였으나, 결국 한양으로 최종 천도하게 되었다.

수도(首都)를 옮긴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풍수사상이 도입되기 전의 도읍은 20여 곳으로 자주 옮기게 되었으나, 풍수에 입각한 입지 선정을 한 개성의 고려와 한양의 조선은 각각 400년과 500년의 역사성을 지니게 됐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만나지 못한 계룡산은 아직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새로운 수도가 정해질 때에는 왕조가 바뀌어 새로운 통치 이념으로 나라를 바로 세울 시기에 이뤄졌다.

신라의 도읍인 경주의 기운이 쇠해 개성으로 옮겨 고려의 시대가 열리고, 다시 고려의 국운이 다해 한양인 서울로 수도가 정해져 조선의 시대를 이뤘다. 지금은 고려시대도, 조선시대도 아니며, 일제식민지 시대를 지나 대한민국이 성립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과거의 왕정이나 일부 지배 세력에 의해 나라가 경영되는 시기는 지났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수도(首都) 입지에 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