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금강일보] 코로나19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의 한글 약칭 표기다.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되는 방법으로는 비말감염으로 알려져 있다. 비말감염이란 감염된 사람의 침이나 콧물 등이 다른 사람의 코나 입으로 들어가며 감염되는 방식이다. 기침 한 번에 수 천 개의 비말이 분사되며 그 안에 있는 바이러스도 함께 전파되므로, 감염된 사람과는 접촉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많이 모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노약자들은 특히 더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분야에서 비대면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전 세계에서 호평 받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이다.

지난 2월 이후 칠십 정도 된 노인들은 볼일 보러 시내 나가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이전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대전 시내 평생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강좌를 배우러 시내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2월 이후 모든 교육기관들이 하던 강의들이 모두 취소됐다. 또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 함께하던 산행도 중지하게 됐고 친목 모임도 모두 취소됐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들 서로가 만나기를 꺼리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가 됐다. 퇴직한 사람들이 매일 집에서만 생활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1월 중에 외국 갔다 돌아와서 자가격리 2주를 한 친구가 하는 말이 그 기간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고 하면서 건강의 리듬도 깨져서 고생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비대면 방식으로 홀로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갑천 변 혼자 걷기, 계족산 임도길 혼자 걷기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평생교육기관에서 듣던 연수는 라디오 방송을 이용했다. 그리고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사람들과 특히, 친구들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이전에 느낄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게 하면서 허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대화의 필요성이었다. 현실적으로는 가족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심적으로 답답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주말농장에서 채소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행복한 경험이 생각났다. 열평 정도를 갖고 상추,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 등을 가꾼 적이 있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호미를 들고 가서 이랑과 이랑 사이의 고랑을 호미로 긁어주면서 잡초를 제거해주고 이랑을 북돋아 주면 채소들은 하루가 다르게 잘 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옛말에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에 큰다.”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에 나는 그들 크는 것을 보는 것이 행복했다. 개인적인 일이 있어 이삼일 건너서 가보면 이랑과 고랑들 사이에 난 잡초들이 많았고 채소들이 제 멋대로 자라서 나에게 화를 내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그때, 나는 그동안 키우면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농사진 푸성귀를 소비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농사지은 것들을 나눠줘도 잘 자란 채소들을 미처 처리하지 못해 썩히는 일이 많았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면서 죄를 짓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해하고 그만두었다.

그 경험을 살려 아파트 베란다에 관엽식물들을 키우면서 매일 그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의 대화를 통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시작하기로 했다. 다시 말하면 나만의 조그만 식물원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먼저 키우기 쉽다는 ‘스파트 필름’, ‘아이비’, ‘바이올렛’ 그리고 ‘쿠페아’를 전통시장에서 샀다. 그리고 마사토와 부엽토를 사서 화분에 심기 시작했다. 배수 관계와 관수하는 방법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재미가 시작됐다. 중고상품 팔고 사는 앱을 이용해서 ‘파카라’, ‘스킨다비스’, ‘라일락 분재’, ‘구문초’, ‘쟈스민’ 등을 구입해서 화분에 심고 다양한 방법으로 배열을 해보면서 나만의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대부분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관수를 하면 된다고 해서 매주 수요일은 모든 화분에 관수를 하는 날이다. 그리고 매일 매일 잎에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물을 뿌려줘야 하는 식물들도 있어 매일 그들과 마주하며 보는 재미가 새롭다. ‘코로나19’가 내게 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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