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품 재사용…시공사, 신품 교체
보일러 분배기 관련 새로운 의혹
관리소, “참고내용만 전달했을 뿐”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속보>=대전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개별난방 전환공사 과정에서의 계량기 전단 볼밸브 등을 재사용하면서 입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시공사 측이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동시에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하며 갈등이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보일러 분배기 설치 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 아파트관리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을 두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보 7월 27일 자 1면 등 보도>

입주민 등이 쉽사리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구조 탓에 이미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측의 관리비 횡령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도 오래, 일각에선 이 같은 비리 의혹이 비단 해당 아파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대전 중구 A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선 이 아파트관리소가 보일러 분배기 설치 업체 선정에 있어 특정 업체를 밀어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일러 분배기는 입주민이 개인적으로 업체를 선정·설치하는 부분이지만 사실상 설치 업체를 강요당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거다.

입주민 B 씨는 “아파트관리소가 경제적인 면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업체를 배제한 채 보다 비싸게 분배기를 설치하겠다는 업체를 어떠한 이유로 입주민에게 추천하는 지 모르겠다”면서 “아파트 내 보일러 분배기를 설치하겠다는 업체가 대표적으로 두 곳인 걸로 알고 있다. 단체로 분배기를 설치하면 업체 측에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두 업체 모두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그럼에도 아파트관리소가 추천하고 있다는 업체의 경우 5만 원가량 비싸다”고 주장했다.

보일러사 선정부터 분배기 설치 업체 추천까지 있어 아파트관리소 측에서 입주민을 상대로 특정 업체를 추천하고 있다는 게 아파트 입주민의 전언이다. 아파트관리소 측이 추천하는 업체가 아닌 타 업체 선정 시 공사 과정에서의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입주민에게 공지했다지만 공사는 정해진 도면에 따라 공장에서 분배기를 발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문제의 여지가 없는데, 굳이 그러한 공지를 입주민에게 전달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거다. 아파트관리소 측이 추천하고 있다는 업체의 분배기는 25만 원으로 타 업체 분배기 가격인 20만 원과 비교해 저렴하지도 않으며 특히나 타 업체는 지역화폐로도 구매할 수 있어 17만 원 정도로 설치 가능하다는 게 입주민의 설명이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분배기 설치 업체 선정에 있어 아파트관리소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분배기의 경우 입주민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입주자들로부터 문의가 오면 특정 업체 분배기가 믿을 만하고 저렴하다는 참고적인 내용은 전달했지만 강제로 권유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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