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도소 뭐길래?...PD수첩 손정우 재조명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4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처벌 사례를 통해 법원의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약한 처벌 수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크넷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관리자인 23세 한국인 손정우를 체포하고,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웰컴 투 비디오’에는 6개월, 4살, 2살 된 어린아이에 대한 비정상적 성 착취 영상들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안겼다.

32개국 공조 수사로 용의자가 337명이 체포되었고, 23명의 피해 아동이 구출됐다. 다크웹을 통해서 운영된 ‘웰컴 투 비디오’, 손 씨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했고, 그는 약 4억 원을 벌었다.

그러나 가장 사악한 형태의 아동 성 착취 사이트의 운영자 손정우에게 국내 법원이 내린 판결은 징역 1년 6개월이다. 심지어 손 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혼인신고를 하여 2심에서 감형된 형량으로 최종 선고를 받았다.

‘PD수첩’ 취재 결과 상대측의 혼인 무효 소송으로 부부관계는 이미 끝이 난 상황이었다. 이런 국내와 달리 미국의 한 ‘웰컴 투 비디오’ 회원은 아동 성 착취물 1건을 내려 받아 소지한 혐의로 징역 5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미국 법무부는 손 씨를 송환해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손 씨를 미국으로 보내 처벌하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법적으로 한번 처벌된 범죄 혐의는 또 죄를 물을 수가 없어 미국 법무부는 국제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자 손 씨의 아버지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들을 한국에서 처벌받게 해달라고 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는 아들 손 씨를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손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 심문이 세 차례 열렸고, 지난 7월 법원은 그를 미국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각계각층에서 사법부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지어 ‘웰컴 투 비디오’를 수사한 미국 연방 검사와 국제 아동 성 착취 근절단체 등에서도 실망과 유감을 표현했다.

법원은 손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은 이유로 사법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와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국내 회원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는 철저한 익명 사이트이기에 손 씨에게 유료 회원의 정보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웰컴 투 비디오’ 국내 이용자에 대한 수사는 이미 마쳤고 처벌까지 끝난 상태다.

사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온라인상에서 ‘디지털 교도소’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해당 사이트는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이 만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자신의 친척이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라며 누구보다 고통을 잘 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신상 공개가 불법임을 알지만,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웰컴 투 비디오’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의 현주소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법원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감형을 했고, 이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처벌 강도다. 최근 N번방 사건 등을 겪으며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가 중범죄라는 인식과 그에 맞는 처벌이 꾸준할 때 범죄의 온상은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PD수첩’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디지털 성범죄에 치명적일 수 있으며 IT 강국이 성범죄에는 무방비하다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디지털 교도소는 과거 이름만 같은 엉뚱한 사람을 집단 성폭행 가해자라고 신상을 공개해 논란을 낳았다. 디지털 교도소 측이 뒤늦게 정보를 지우고 사과도 했지만, 피해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며 정신적인 충격을 호소하기도 했다.

디지털교도소는 한국인 강력범죄자·성범죄자·아동학대범 등의 사진은 물론 이름·나이·거주지·휴대전화 번호 등 각종 신상정보를 담고 있는 웹사이트이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으며, 2020년 6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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