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교수

2009년 1월 15일,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US 에어웨이즈 1549편 비행기는 뉴욕에서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으로 갈 계획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2분 뒤 갑자기 날아든 새떼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사태가 발생하면서 엔진 2개 모두가 동시에 나가 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동력을 잃은 비행기는 천천히 추락하기 시작한다.
동력을 상실한 기체는 활공 중이었고 억지로 무리하게 조종할 경우 추락할 수 있었다.

만약 도심에 비행기가 떨어진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해당 기체의 기장이었던 설리 설렌버거 기장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관제사에 말한다. “우리는 허드슨 강으로 갈 것이다.” 수상 착륙은 활주로에 바퀴 없이 착륙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엔진이 멈춰버린 사고기는 기장의 조종 아래 글라이더처럼 조심스럽게 활공을 하다가 허드슨 강에 미끄러지듯 착륙했다. 이륙 6분 만이었다. 기적적으로 사망자가 없었으며, 6명의 부상자만 발생했다. 설리 설렌버거 기장의 기지와 숙련된 조종 능력이 최악의 참사를 막아낸 것이다.

도로 위에서도 매일 끊임없는 참사가 벌어진다. 교통사고를 참사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조금도 과장이 없다. 실제로 누군가의 삶이 한순간 도로 위의 사고로 멈추게 된다면 남겨진 가족의 삶도 함께 무너지는 일이다. 사소한 교통사고만 경험해도 재산 손해와 시간 손해 그리고 추산할 수 없는 심리적 손해로 고통을 앓는다. 놀라운 것은 매년 사고 건수가 크게 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장마철 빗길 교통사고는 더욱 심각하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빗길 운전 사고는 총 4000여 건에 가까운데 매년 증감을 반복하며 크게 달라지지 않는 추세이다. 매년 평균 300명에 달하는 사람이 사망했고, 2만여 명의 부상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월별 건수로 보면 특히 여름에 빗길사고가 집중돼있고, 맑은 날씨보다 빗길에 사망사고 비율이 높다. 이상 기후라는 악조건 속에 운전을 한다면 필연적으로 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것일까. 하지만 사고를 예방하고 참사를 막아내는 ‘설리 설렌버거 기장’과 같은 운전자들이 빗길 도로 위에 더 많이 존재한다. 빗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와 사전점검이 필수인 이유다.

우선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차량을 사전에 점검해두는 것이다. 출발 전 차량을 점검하지 않았다가 막상 집중호우를 만나게 되면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빗길에서는 시야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윈도우 브러시, 그러니까 와이퍼를 점검해서 불량한 브러시는 교체하고 부족한 워셔액은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둘째로 미끄러운 빗길을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타이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타이어 마모 상태를 점검해서 타이어를 제때 교체해야 한다.

타이어는 마모 정도가 심할수록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낮은 속도에서도 수막현상이 발생해서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로 빗길 운전 시에 전조등을 켜는 것이 필요하다. 운전을 하다 보면 등화장치가 고장이 났거나 아예 켜지 않는 운전자가 있는데, 빗길에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전조등은 내가 잘 보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상대방 운전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역할도 아주 크다. 등화장치가 고장 났을 때 장마철의 경우 더욱 위험하기 때문에 제동등과 방향지시등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운전자가 잊지 않아야 하는 안전한 빗길 운전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속도 준수와 안전거리 확보다. 감속을 통해 저속 운행을 하면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물웅덩이를 지날 때도 천천히 통과하는 것이 중요한데, 빨리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빠르게 통과하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빠르게 통과하려다 보면 물보라가 생기게 돼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운전을 언제나 준비된 ‘습관’으로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설리 설렌버거 기장의 기지로 인한 비행기 사고 참사를 막은 일에 대해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그는 준비된 일이라고 표현한다. “지난 42년 동안 일정하게 조금씩 저축을 했을 뿐입니다. 그 저축은 교육이자, 훈련이자, 그리고 경험이었습니다.” 그날의 기적은 준비된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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