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부터 강렬한 사과돈가스
아삭한 열무국수와 담백한 잔치국수까지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여행의 즐거움은 여러 가지이나 먹거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목적지의 유명 맛집은 매우 당연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만나는 휴게소도 빠질 수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잠깐의 휴식을 위해서도,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서도 찾게 된다. 여행이 일상화된 최근엔 휴게소가 쉼터의 공간을 넘어 여행길의 새로운 묘미로 떠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 즐거움 가득 담은 여행길, ‘사과돈가스’로 유명한 한국도로공사 예산휴게소(대전방향) 들러보는 건 어떨까.

 

예산 휴게소 사과돈가스
예산사과 비빔밥

#. 색다른 예산휴게소만의 ‘사과돈가스’

사과돈가스는 특별하지 않다. 예산휴게소 외 여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만날 수 있고, 사과가 유명한 지역이라면 지역 음식점에서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예산휴게소의 사과돈가스는 첫 인상부터 강렬하다.

소스 특유의 색으로 덮인 보통의 돈가스와는 달리 ‘하얀 소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 위에 한쪽으로는 통상적인 돈가스 소스가, 나머지 한쪽엔 낯선 하얀 소스가 올려져 있다. 이 하얀 소스는 예산지역 특산품인 사과를 직접 갈아 만든 것으로, 사과 특유의 상큼함을 한가득 담고 있다.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돈가스가 사과소스를 만나 상큼함이 더해지고 미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만족감이 배가된다. 더욱이 양적인 면에서도 푸짐하다보니 먹고 나면 극상의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곳의 사과돈가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품 출시 후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으나 잦은 조리원 교체 등의 관리미흡으로 한동안 사람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올해 주식회사선인상사가 예산휴게소의 새 주인이 됐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최근 들어선 좋은 평가를 다시금 듣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손님들의 테이블에서도, 퇴식구에서도 느껴진다. 손님들 입가에 웃음이, 남은 음식이 없는 그릇이 그 증거다.

휴게소 관계자는 “사과돈가스는 매출의 30%를 넘길 정도로 대표 음식”이라며 “많이 팔리는 음식이지만 사과돈가스와 관련된 클레임은 없다. 앞으로도 불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열무국수
예산장터국수

#. 신제품 ‘열무국수·잔치국수’

통상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국수요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바삐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의 특성상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음식의 빠른 조리가 필수다. 빠른 조리를 위해선 재료를 미리 준비해 둬야 하는데 국수의 경우 면을 미리 삶아놓으면 쉬이 불어버려 제품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말 그대로 애물단지가 돼버리는 거다.

이에 예산휴게소는 손님들에게 보다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빠름’을 잠시 내려놨다. 대신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탄생한 게 열무국수·잔치국수다.

여기에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면’에 있다. 70년 전통의 쌍송국수에서 만든 면으로 요리한다는 거다. 쌍송국수는 3대를 이어 전통 국수를 만들어왔다. 국수를 햇볕과 바람으로만 건조해 ‘태양국수’라고도 부르는 건면을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든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전국적으로 손에 꼽히는 예산 대표 국숫집의 면에, 예산휴게소만의 비법으로 만든 국수. 신제품을 출시한 지 20일 정도뿐이 지나지 않았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신제품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휴게소 측은 안주하지 않는다. 휴게소 관계자는 “사과도, 국수도 예산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민과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며 “올 겨울엔 예산의 또 다른 진미인 한우를 이용해 사과불고기를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예산휴게소 관계자가 온장고가 아닌 전기밥솥을 이용해 즉석밥을 제공하고 있다. 예산휴게소 제공

#. 서비스는 당연, 가볍게 걸으며 휴식을 취할 수도

예산휴게소의 특이점을 하나 꼽자면 온장고가 없다는 걸 들 수 있다. 밥을 공기에 담아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는 온장고는 많은 음식점에서 쓰이나 예산휴게소만큼은 예외다. 갓 지은 밥이 보다 맛있는 건 매우 당연한 일. 다만 여건상, 효율상 온장고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예산휴게소는 최대한 갓 지은 밥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예산휴게소를 방문한 이들에게 돈 아깝지 않은 음식,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이곳의 밥은 무한리필이다. 공기밥에 얼마의 값을 매기는 게 보통이나 예산휴게소에선 그냥 더 달라고 하면 된다. 아침식사 시간에는 구운김과 간장도 제공된다. 이 역시 무료다.

여기에 예산휴게소엔 잠시 앉아 쉴 공간도 조성돼 있다. 건물 좌우로 조성된 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작은 분수와 어린이 놀이터, 예당호가 보이는 작은 전망대도 있다. 또 화물차운전자를 위한 라운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엔 1인용 돌침대와 안마의자, 샤워실과 세탁실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외에도 20년 경력의 고로케 장인과 함께 만든 수제쌀 코로케 '송사부' 매장도 만나 볼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중에선 유일한 곳이다.

예산휴게소의 모토는 ‘고객을 위한다’이다. 예산휴게소를 찾은 이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만족을 느끼며 다음 행선지를 향해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거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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