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스포츠캐스터

[금강일보] LG트윈스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놓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며 한동안 논란이 있었지만, 박용택 본인이 직접 나서 은퇴투어를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박용택의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됐던 ‘은퇴투어’ 논란은 씁쓸함만 남긴 채 끝났다.

#. ‘은퇴투어’란?

프로스포츠에서 은퇴를 앞둔 선수가 자신의 마지막 시즌에 다른 팀의 각 구장을 일정을 두고 차례대로 방문해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식전 기념식과 선물 전달을 받는 행사를 말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2년 치퍼 존스,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 2014년 데릭 지터, 2016년 데이비드 오티즈가 은퇴 투어를 통해 선수 생활의 마지막 해를 보냈다. 이들은 마지막 원정 경기 때마다 상대 팀 선수들과 팬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KBL과 KBO에서 각각 2차례, 1차례의 공식적인 은퇴투어가 있었다. 남자프로농구 KBL에서는 2013년 서장훈, 2018년 김주성의 은퇴투어가 시즌 중 진행됐다. KBO리그에서는 2017년 '국민 타자' 이승엽이 첫 주인공이었다. 당시 이승엽은 9개 구단과의 마지막 원정 경기마다 상대 팀이 준비한 이벤트와 함께 의미가 담긴 선물을 받으며 마지막 시즌을 팬들과 함께 했다. 이승엽의 은퇴투어는 KBO리그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 박용택은 왜?

고려대를 졸업한 박용택은 2002년 LG에 입단했다. 2002년 1군에 데뷔한 이후 2020년 시즌 8월 13일까지 LG 한 팀에서만 뛰며 2178경기에 출장했다. 그동안 때려낸 2,478안타는 KBO리그 현역 1위이자, 통산 1위의 기록이다. 2008년과 2019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즌에서 모두 100경기 이상 꾸준히 출전하며 활약한 결과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현재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복귀 후 남은 경기에서 추가할 안타를 생각한다면 대략 2500안타 내외의 기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현역 최다 안타 2위 김태균(한화, 2209안타)과의 격차도 커서 한동안 이 기록을 넘어설 선수는 쉽게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LG구단과 프로야구선수협에서는 박용택의 기록을 기념하고, 그의 활약상을 정리하는 의미로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의 박용택의 은퇴 투어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박용택이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운 것은 맞지만, 다른 팀 팬들에게 있어서 박용택은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앞섰다. 특히 박용택에게는 이승엽과는 달리 국가 대표로서의 활약이 크게 없었다는 점이 다른 구단 팬들에게 은퇴투어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비춰졌다. 박용택 본인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박용택은 팀 성적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은퇴 투어를 논의하기보다 경기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하며 스스로 은퇴투어에 대한 논란을 정리했다.

#. 박용택 은퇴투어 무산.. 무엇이 아쉽나?

박용택의 '은퇴 투어'는 KBO 공식 행사로 기획된 게 아니었다. 사실 특정한 자격이나 기록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논란만 커졌다.

현재 KBO리그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 가운데 은퇴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통산 기록과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선수들은 몇 명 있다. 하지만 쌓아올린 통산 기록도 뛰어나고, 인지도도 있지만 이번 박용택의 논란처럼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다른 팀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사례가 또 생길까 그것이 걱정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KBO리그에서 한동안 은퇴 투어를 진행 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나올지도 알 수 없다.

은퇴투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다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은퇴 예정 선수를 영웅화하고 높여주는 목적이 아니다. 해당 선수를 축하해주고 그동안 함께 했던 팬들과 보다 뜻있는 시간을 통해 작별의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진정한 은퇴투어의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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