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강물이 그냥 강물이더냐
흐를 줄 알아야 강물이지
다 버리고 흐를 줄 알아 강물이지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않고
남모르게 남모르게 흐를 줄 알아
강물이지

흐르지 않는 것들 다 와서 봐라
그 무엇 하나 버리지 않고
제 욕심만 챙기는
죽은 것들 다 와서 봐라
강물이 어찌 강물인가를

오늘도 강가에 찌꺼기들 떠 있고
강물은 또 쉬임없이 흐른다
나 같은 것들 다 와서 봐라.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흐른다. 고로 존재한다. 이는 강의 존재론적 명제일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강을 막는다고 떼쓰면 안 될 것. 어느 한 도막이라도 강을 끊어버린다 말해도 안 될 것이다. 흐르는 것이야말로 강의 가장 소중한 사명. 그것이 이 세상의 이치를 세우는 법이다. 흐르지 않고 옆으로 새려드는 것. 끼어들려고 하는 일들. 제 욕심으로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해 흐르지 못하는 벽들. 심장이 싸늘하게 굳어 있는 것들은. 그러니 모두 금강에 와서 저 강이 어떻게 흐르며 물의 심성을 쌓아 가는지. 그 뒤에 어떻게 금강을 완성해 가는지 잘 보라.

강은 자신을 지우고 더 큰 뜻으로 채울 때 크게 흐를 수 있는 것이니. 강은 다 비우고서야 앞으로 흐른다. 진정 소리 내지 않고 남모르게 흐를 줄 아는 게 깊은 강이다. 흐르지 못하면 자정작용을 모르는 것이니. 강은 자신을 날카롭게 벼림으로써 더 큰 물길로 거듭나는 것이다. 나 같은 것들은 다 와서 보라고 그는 외친다.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다가 긴 장마 거친 홍수로 무너져 내린 강둑. 아, 강을 강이라 부르지 못하는 수재민들의 저 심정이란.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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