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시대 도읍의 어제와 오늘

1000년 전부터 풍수가에 의해 나라를 이끌어 갈 도읍지로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두루 살펴보면서 개성의 송악산, 한양의 삼각산, 공주의 계룡산이 3대 명당 터로 지목되었다. 명산대천이란 이름난 산과 큰 내를 뜻하며, 흔히 수려한 자연을 묘사하는 데 쓰이는 표현이다. 이는 풍수의 주요 이론으로 음양을 대표하는 산과 물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개성에는 예성강이 있고, 한양인 서울에는 한강이 있다면, 계룡산은 금강이 있음이다. 계룡산과 금강의 음양이 결합하여 풍수의 명당 터의 자리에 백성이 주인인 새로운 시대의 도읍이 된다는 풍수도참사상은 오래 전부터 민중의 마음속을 통해 내려오고 있다. 이를 ‘계룡산시대’라 불렀으면 좋겠다.

또한 풍수적 관점에서 지역의 특성을 보면, 개성과 서울의 명당 터는 산과 물의 형태에 의해 절대 권력자 1인 중심의 왕조 시대에 적합한 도읍의 자리이다. 이에 반해 계룡산은 백성이 주인인 시대의 수도라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시대에 국민의 힘으로 이루어야할 터전이 된다는 것이다.

행정수도(行政首都)를 옮겨야한다는 이전(移轉)에 대한 말의 시작이 노무현 대통령 이후 문재인정부의 여당 원내대표의 제안에 의해 정치권과 충청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수도권 집중 현상과 부동산 과열 등으로 나타나는 많은 현상들을 해소하기 위함이라 하며, 야당은 현재 정부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여야의 당리당략을 떠나서 국민으로서 오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도 이전은 국가에 중대한 사안의 하나로 신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계룡산에 국가의 수도(首都)를 계획한 것은 최근이 아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에 의해 신도안에 대궐 터, 종로 터, 두계천 정리사업 등 도읍(都邑)을 준비하였으나, 정치적 상황과 민간에서 전해오는 이씨왕조의 터가 아니라하여 도읍을 옮기지 못하였다. 도읍을 옮기는 천도(遷都)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꾸준히 제기되고 진행되었다. 박정희 정부의 ‘공주 장기의 백지화 계획’에 의해 청와대를 비롯한 중앙 행정과 국회, 대법원 등 국가 주요 기관을 지금의 행복도시(세종시) 근처로 이전을 준비하였으나 갑작스러운 서거(逝去)에 의해 좌절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 이정표인 과학의 메카를 대전에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하였고, 국립대전현충원과 금강의 대청댐 등 새로운 시대를 뿌리내리게 하였다.

그 후 전두환 정부의 신도안 ‘620 사업’에 의해 육군, 해군, 공군 삼군 본부가 신도안에 자리하였고, 노태우 정부의 대전 둔산에 정부3청사 등으로 한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그 후 김대중정부의 지역균형 발전방향이 계룡산시대의 물꼬를 여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였다. 이를 이어받은 노무현정부의 ‘신행정수도이전 계획‘이 발표되었고, 이윽고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당한 절차와 합법적인 행위가 진행되었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무산될 상황에서 대전·충청인의 힘을 모아 우여곡절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진행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계룡산시대’가 과연 올까를 늘 관심과 걱정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30년 동안 기회가 되면 ‘계룡산시대’를 얘기 했고, 그 때마다 호응은 받았지만 실천에는 늘 한계에 부딪혔다. 한 때 고려시대에는 풍수를 국가 중요 정책에 깊이 관여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왕조를 비롯한 지배층의 사유물로 시작되어 백성들 사이에는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명당잡기로 변모되었다. 이는 풍수를 일부 지배층과 지식인들만이 독점하였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논리로만 추구한 결과이다. 그런 연유로 풍수는 어렵고, 과거 지향적이어서 비과학적이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풍수는 자연이다.”라고 하고 싶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고, 모든 사물은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자연의 이치를 지켜보는 것이다. 풍수는 배워서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 알게 되고, 특정 집단의 사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고려 왕씨의 국가도 아니며, 조선 이씨의 국가도 아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국가이다. 모든 국민들이 풍수의 눈으로 현실을 지켜보고 실천하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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